백두산 서파-북파-남파 종주기
백두산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배달민족의 성지이며 7천만 민족의 영산으로, 5천년전 우리 민족혼이 발아된 후 연연세세 우리의 조상들이 웅지를 폈던 곳이다. 한국 사람이라면 민족의 영산인 백두산을 한 번쯤은 가보고 싶다는 염원을 가질 것이다. 또한 남북이 화해의 물결 속에 개성관광이 시작되고, 금강산관광과 마찬가지로 백두산관광도 중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평양을 경유하여 삼지연으로 오를 수 있겠다는 장밋빛 희망이 있었으나, 최근 북한정세의 악화로 가까운 시일 내 이루어지기는 요원한 것 같아, 더 늦기 전에 한국CM협회 회장님과 함께 백두산 서파에서 북파, 남파 종주에 도전해 보기로 하였다.
백두산은 동경 128도, 북위 42도상에 걸쳐있고 해발 2,744m로 , 백두산의 제일 높은 봉우리는 장군봉(2,749.2m)이며 산의 윗부분에 부석이 덮여 있어 "백두(白頭)"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백두산에는 6월 말까지도 눈이 남아있고, 7월 중순까지도 음지 일부분에는 하얀 눈이 녹지 않고 쌓여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천지의 물을 볼 수 있는 기간이 6월에서 9월까지 4개월에 불과하다고 한다.
3주전부터 계획한 백두산 종주산행, 한국CM협회와 건설사업관리사회의 많은 회원들과 함께 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떠난 여행, 모든 일정을 다 기억하지는 못하겠지만 머릿속 기억을 더듬어 가며 종주기를 작성한다.
◈(제1일) 09년 8월 6일(목요일)
06:10 인천 공항 3층 A 카운터 앞 모임
08:20 인천공항 출발[대한항공(KE831)]
09:05 심양 도착
14:00 통화 도착 후 중식
18:00 송강하 도착 후 석식
18:30백계산장 호텔(Tel; 86-439-6173-166) 도착 및 휴식
◈(제2일) 09년 8월 7일(금요일)
05:30 기상
06:00 호텔 조식
06:40 백두산 서파 산문도착
07:30 백두산 버스 탑승
08:30 금강대협곡 도착
11:00 백두산 외륜봉 종주 시작 (약 15KM, 총 9~10시간)
금강대협곡-고산화원-쌍제자하-5호경계비(2,373M)-마천로-청석봉-야생화 군락지-백운봉-녹명봉-용문봉-옥벽폭포-소천지로 하산(약 10시간; 사진촬영 및 휴식포함)
18:00 북파 산문 도착
18:30 이도백하 경유 송강하로 이동
20:30 석식
22:30호텔 투숙 및 휴식
숙소 : 백계산장 호텔(Tel; 86-439-6173-166)
◈(제3일) 09년 8월 8일(토요일)
06:00 기상
07:00 호텔 조식
07:30 남파(40분) 이동.
08:30 남파 산문 도착 후 미니버스로 4호 경계비로 이동
10:30 관명봉 도착, 천지 감상 및 북파 천문봉 조망
11:00 압록강 대협곡 경유 낙타봉(차창) 감상
11:30 수목 한계선, 세계 최대 야생화 군락지 감상
12:30 중식
13:30 통화로 이동
18:00 석식
18:30 발 마사지
21:30 호텔 투숙
숙소 : 통강호텔(Tel; 86-0435-371-7771)
◈(제4일) 09년 8월 9일(일요일)
07:00 조식 후 심양으로 이동
12:00 중식 후 코리아타운 관광
16:00 심양공항으로 이동
18:45 심양공항 출발[대한항공(KE834)]
21:35 인천공항 도착 후 해산
첫째 날
드디어 오늘이 우리의 영산인 백두산 종주산행을 떠나는 날이다. 어제 오후까지 근무하느라 준비할 틈이 없어, 여권과 카메라, 배낭만 대충 챙겨서 새벽 4시에 기상하여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A카운터 앞으로 6시 10분까지 도착하란다. 구의여행클럽(www.guui.co.kr 02-2274-9292)으로 함께하는 동반자는 24명(남자 11명, 여자 13명)이었다. 모두가 전문 산악인 같아 조금은 긴장된다.
계획은 아시아나항공편을 통해 장춘공항으로 가기로 하였으나, 스케줄 변경으로 대한항공편(KE831)을 통해 심양공항으로 변경되었다. 구의여행클럽에서 2개월 전부터 여행자명단을 가명으로 예약을 하였는데 이를 경쟁자가 중국에 밀고하여 이번에는 한국가이드가 동행 할 수 없다고 한다. 또한 월산악회 대장도 동행하기로 하였으나 못가게되어, 결국 가이드는 모두 빠지고 두 여자 총무(그랜드산악회, 월산악회)가 리드하기로 하였다. 백두산 종주를 위한 여행의 앞날이 염려스러운 상황으로, 해외여행시 한국인 가이드의 동행 여부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
심양공항에 도착하니 연변에서 밤새 기차타고 11시간을 왔다는 강철이라는 가이드를 만났다. 박박 머리에 고구마 같은 인상이다. 전세버스가 기다리고 있는 주차장으로 이동하는 중에 제법 굵은 빗방울이 떨어진다. 심양시내를 벗어나니 말씨와 사고는 달라도 우리 선조들의 피와 땀이 배어 있는 다정한 이웃들이 살고 있는 고향 마을과 같이 정감이 가는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곧게 뻗은 고속도로를 달리는 연도에는 옥수수 밭이 끝없이 펼쳐지고 한반도의 넓이와 비슷한 길림성의 광활한 대지가 지평선을 이룬다. 통화까지 가는 4시간동안 간간이 보이는 초라한 건물들은 70년대 초 한국의 농촌을 보는 것 같다. 옥수수는 가축 사료와 자동차 연료로도 쓰이는데, 북경 같은 대도시에서 운행하는 자동차는 옥수수로 만든 청정연료를 사용한다고 한다.
처음 버스를 탈 때 빗방울이 조금씩 내리더니 이제는 억수같이 쏟아진다. 날씨가 제일 걱정이다. 이 비를 맞고 백두산을 오를 수 있을까? 버스가 몇 시간을 달려가니 하늘이 맑아진다. 고산지라 그런지 이곳은 기후변화가 심한 것 같다. 버스가 고속도로를 지나 3시간 정도를 가다가 중간에 주유소 앞에 정차했는데 화장실 바닥에 네모난 구멍이 5개나 뚫려있다. 여자화장실도 마찬가지란다. 이것이 인터넷에서 본 칸막이 없는 재래식 화장실인가 보다.
버스로 4시간을 왔더니 다들 배가 고프다고 투덜댄다. 시계를 보니 오후 2시가 넘었으니 당연하지, 자동차가 통화시내 식당 앞에 정차하였다. 반가운 마음에 식당으로 들어갔더니 점심식사는 원탁에 음식이 접시로 나왔는데 접시에 덜어 먹으며 인터넷 정보 보다는 맛이 있다. 주인이 한국에서 식당일을 하며 음식 만드는 법을 배워 와서 이곳에서 식당을 개업했다고한다.
또 다시 버스로 3시간가량을 가는데 곳곳이 도로공사를 하느라 길이 꼬불꼬불하여 자세히 관찰하여 봤더니 도로포장을 하기 위해서 중간 중간 다리공사를 하고 있었고, 송강하에 도착하여 저녁식사를 위하여 식당 앞에 정차 한다. 저녁식사는 점심식사 보다는 못하였지만 그런 데로 먹을 만 하였다. 한국에서 가져간 팩소주를 몇 잔씩 나눠 마신 후, 자동차로 30분 정도 이동하였더니 백계산장이라는 호텔에 도착하였다. 한국의 장급여관 수준이다. 숙소를 배정받으니 303호로 가란다. 무거운 여행 가방을 3층까지 계단으로 들고 올라가야만 했다. 물도 젤젤 온수도 시원찮지만 대충 씻고, 잠을 청해본다.
둘째 날
새벽 5시에 일어나 창밖을 보니 날씨는 맑았다. 어제는 그렇게도 비가 내리더니 천만 다행이다. 대충 샤워를 하고 등산화와 배낭을 챙겨 식당으로 내려갔다.
아침식사를 서둘러 마치고 버스에 올라 30여분을 올라가니 주차장 앞에 서파 산문 앞에 장백산이라고 세워진 산문 주차장에서 하차하였다.
매표소를 지나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있고, 한참을 기다리니 가이드가 산에 올라가서 먹을 점심 도시락을 한 아름 들고온다.
중국 사람들은 백두산을 장백산이라 부르는데 우리나라만큼 백두산을 끔찍이도 아낀다고 한다. 산문은 7시 이후에만 개장을 하는데, 식물원을 들어가듯 산문을 통과하니 숲이 보이고,
길바닥은 나무다리가 만들어져 있고 5분 정도 올라가니 주차장에 셔틀버스들이 즐비하게 서있다. 버스를 타려고 줄을 서 있는데 천지로 직행하는 버스는 많은데, 금강대협곡을 들렀다가 올라가는 버스는 한참 뒤에 줄을 바꿔서 다른 버스에 올랐다.
금강 대협곡을 둘러보니 사진에서 봤던 것 보다는 협곡이 대단히 깊고 웅장한 느낌이다.
사진을 찍고, 다시 주차장에서 한참을 기다리니 다른 관광객을 태웠던 버스가 정차하여 사람들이내리고 우리가 교대로 버스에 올라탔다. 백두산을 오르는 길은 무성한 낙엽송이 숲을 이루고 2시간 정도 버스를 타고 올라가니 5호 경계비 주차장에 도착한다. 주차장에서 천지까지는 돌계단을 만들었는데 1,236 계단 이란다. 계단을 오르기 힘든 노약자는 의자 가마를 타고 올라가라고 가마꾼들이 호객행위를 한다. 천지를 향해 오르는 길에 가마타고 올라가는 사람은 없고, 가마꾼들이 내려오는 사람을 태운 것은 2번 보았다. 두 번 모두 여자가 타고있었다.
아! 천지다. 드디어 천지가 보인다. 사진으로만 보았던 천지!!! 새파란 물이 아름답다~! 너무도 반가워서 여기저기에서 탄성도 나오고, 이쪽저쪽에서 사진을 찍고, 또 찍는다.
민족의 영산을 우리의 땅으로 오르지 못하고 이역만리 멀고 먼 길을 돌아 천지를 보니 가슴이 터질 것 같다. 후진타오가 백두산을 다섯 번 올랐다가 천지를 한 번 밖에 못 봤다는데, 우리 일행은 복 받은 사람들인가 보다. 한라산 백록담을 보려면 3대가 공덕을 쌓아야 되고, 백두산 천지를 보려면 5대가 공덕을 쌓아야 된다는데 우리 조상님들께 감사를 드려야겠다.
천지는 천지 창조의 신비함을 간직한 천상의 호수라는 뜻으로 대택, 대지, 용왕담, 달문담, 신분, 용궁지, 천상수, 달문지 등으로 다양하게 불렀다. 백두산 천지는 여러 차례의 화산 폭발과 함몰에 의하여 이루어진 칼데라호(Caldera Lake)이다. 천지 연못은 전 세계 화산호수 중 가장 높은 곳(수면표고 2,189m, 면적 9,165㎢)이다. 천지를 둘러싸고 있는 2,500m가 넘는 봉우리가 16개에 달하고 시대에 따라 이들 봉우리의 명칭이 달랐다. 둘레가 14.4㎞, 평균너비 1,975m, 최대 너비 3,550m, 평균수심이 213.3m에 최대 깊이 384m가 된다고 하니 가히 신비의 성산이라 할 수 있다.
백두산 정상부는 연중 기온이 매우 낮은 이유로 인해 1년 중 여름철 2~3개월을 제외한 나머지 달에는 눈과 함께 강수량이 매우 많은 편이고, 증발량이 매우 낮기 때문에 호수의 물은 쉽게 마르지 않는 것이다.
이제부터는 천지를 뒤로하고 5개의 봉우리를 이어가는 서파 외륜 트레킹이다. 중국말로 '파'는 '언덕'이란 뜻이다. 산행을 시작하자는데 차마 발길이 떨어지질 않는다. 가이드가 마지막으로 묻는다. "북파까지 종주를 하겠느냐?"고 "지금이 11시인데, 이제부터 10시간을 걸어야 하는데 자신 있느냐?"고, 그리고 "오후 5시 30분이면 셔틀버스가 끊긴다"며, “늦으면 다른 버스를 대절해야 된다”며, 잠시 멈칫멈칫 하더니 사람들이 종주를 하겠다고 한다. 도대체 얼마나 힘든 길인지?, 얼마나 가야할지? 무작정 서둘러 따라 나서고 본다.
마천우(2,691m)을 끼고 왼쪽으로 돌아 가파른 산길을 돌아서 청석봉(2,662m)을 오르니 숨이 턱에 닿는다. 백운봉을 오르기 위해 한참을 내려가야 한다. 내려가는 길에 야생화가 피었는데 저절로 걸음이 멈춰진다. 사진촬영을 하고 내려오니 물소리가 들린다.
등산객들이 모여서 발을 씻으며 쉬고 있기에 나도 얼른 등산화를 벋고 천지에서 흘러나오는 계곡물에 발을 담가 본다. 한 3분정도 발을 담갔다. 발이 시원하다 못해 시리다. 가이드가 아래에서 점심도시락을 먹고 가잔다. 좀 더 올라가서 먹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하는 사이 벌써 옹기종기 앉아서 도시락들을 펼친다.
점심을 먹고 백운봉을 향해 올라가니 가슴이 답답하고 다리가 후들거린다. 서파 종주중 제일 힘든 코스다 1시간 20분 정도를 가파르게 올라가야 한다. 가파른 언덕을 올라와 보니 아래에 보이는 사람들이 까마득하다. 백운봉(2,630m)에 도착한다.
천지가 발아래서 한 눈에 들어온다. 백운봉은 중국쪽 최고봉이다. 해맑은 날씨에 뭇 봉우리들이 각기 웅자를 드러낼 때에도 백운봉만은 종일토록 흰 구름이 감돌기 때문에 백운봉 이란다. 백운봉에서 천지와 멀어지며 내리막길로 내려선다. 발길을 녹명봉(2,603m)으로 돌린다. 야생화와 어우러진 천지의 모습은 감동 그 자체다. 백운봉과 이웃한 녹명봉은 산기슭에서 사슴들이 뛰놀며 엇갈라울 때면 산골짜기에 울리는 메아리가 듣기 좋아 녹명봉이라 하고, 옛날에 영지가 많이 자랐다고 해서 지반봉이라고도 부른다. 백운봉부터는 아찔한 바위 벼랑의 연속이다. 녹명봉을 가기 위해 가파른 언덕길을 또 내려가야 한다.
차일봉까지 힘겹게 올라오니 또 천지가 눈에 들어온다. 천지가 넓기는 하다. 하늘 아래 온통 천지만 보인다. 서파에서 북파까지는 7.5㎞이상이 된다고 한다. 천지 건너편의 동파는 북한측의 경계로 까마득히 장군봉이 보인다. 동파는 급경사가 더 심하다고 한다.
차일봉(2,696m)으로 향하는 길에 푸른 초원이 눈 아래 펼쳐진다. 마치 잔디를 심어 놓은 것 같다. 북파로 내려가는 길이 보인다. 오르는 길은 거의 다왔다는 안도감에 기념촬영을 한다. 이제 하산하는 일만 남았다.
내려오는 길에 저 멀리 큰 마당만한 축대무늬의 얼음판 같은 것이 보인다. 누군 눈이라고도 하고 얼음 같기도 하다. 한 참을 더 내려와서 보니 왼쪽으로 확실히 얼음판이다. 큰 역삼각형의 만년설이라는데 눈은 아니고 얼음판이 넓은 마당만 하다. 8월인데도 북쪽 산비탈 한 쪽에 눈 녹은 얼음이 그대로 남아 있어 신기하다.
한참을 내려가다 보니 오른쪽으로 비룡폭포(중국에서는 장백폭포라고 하는데 이것은 松花江의 원류이다. 천지의 달문으로 흘러내린 물이 1㎞정도 흐르다가 68m의 절벽을 만나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만들어 내는 경관은 백두산 크기만큼이나 웅장하다. 이 폭포는 수직의 절벽에 흘러내리는 것이 용이 하늘로 나는 것 같다하여 우리나라에서는 비룡폭포라 부른다)가 보인다. 천지에서 내려오는 첫 번째 폭포다. 떨어지는 물줄기가 힘차게 내려오면서 하류로 흐르는 물살의 세기가 엄청나고 물의 흐름이 주변경치와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또 조금 내려오니 왼쪽으로 옥벽폭포가 보인다. 물이 흘러 내려가는 모습이 힘차고 실개천처럼 정겨웠다. 시간이 허락된다면 물에 손이라도 담가보고 싶었지만 걸음을 재촉하였다.
당초 예정은 소천지로 하산키로 하였으나 시간이 없어서 가파른 언덕길을 내려가 백두산 온천지구로 내려가기로 하였다. 가파른 언덕을 40여분 내려오니 노천온천이 흐르고 있었다. 뜨거운 온천물에 손을 씻어 보고, 온천 주차장에 도착하니 5시가 조금 넘었다. 남들은 10시간 걸린다는 서파종주를 얼마나 바쁘게 서둘렀는지 6시간 만에 마쳤다.
백두산 서파 외륜종주를 하면서 눈으로는 천지의 풍경을 조망하고, 발로는 백두산의 정기를 받으며 무사히 종주를 마쳤으니 모두들 대단한 분들이다. 온천지구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북파입구로 이동하여 주차장에서 한참동안 버스를 기다렸다.
뒤 늦게 온 버스를 타고 식당으로 내려가 반주를 곁들인 식사를 하면서 힘들고 즐거웠던 일정에 대한 담소를 나누며 당일의 일정을 마무리 하였다.
셋째 날
오늘 아침도 날씨는 맑았다. 어제보다 햇볕도 많아진 느낌이다. 여유롭게 아침식사를 마치고 버스에 올라 백두산 남파를 향해 출발 하였다. 주차장에 내려 매점에서 티켓을 끊어서 장백산 현판이 걸려있는 성벽 같은 산문에서 인원점검을 한 후, 우리 일행이 대기하고 있던 벤츠 미니버스 두 대에 나눠 타고 백두산을 오른다. 울창한 수림 속으로 별천지가 펼쳐진다. 숲 사이로 흐르는 물줄기, 이곳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압록강의 발원지다.
광활하게 펼쳐지는 초원은 끝이 없고 산등성이들이 겹겹이 포개진 사이로 협곡을 이룬다. 백두산은 고도에 따라 식물의 분포가 다르고, 종류도 다양해서 생태학적으로 귀중한 보고라 한다. 1,500m~1,800m까지는 구성나무와 낙엽송이 주종을 이루고, 2,000m까지는 자작나무가 군락을 이룬다. 이후로 관목지대가 사라지고 융단같은 초원지대가 펼쳐진다. 골프채를 들고 광활한 잔디 위를 거니는 상상을 하며 동시에 부드러운 초원 위로 말달리던 고구려인들의 활기찬 기상을 머릿속으로 그려본다.
주차장에 도착하니 天池라고 쓰여 있는 돌비석이 우뚝 서있고, 4호 경계비까지는 5분 거리라고 한다. 줄을 넘지 말라는 월경금지 표지판과 함께 나일론 줄로 국경선 표시를 하였지만 마음대로 넘나들며 사진을 찍어도 제지하는 사람이 없으니 기분이 미묘하다. 이웃 나라 끼리도 자유롭게 넘나드는데 우리나라, 우리 민족이 사상과 이념의 갈등 속에서 왕래하지 못하는 가슴 아픈 현실에 기분이 착잡하다.
북한에서는 백두산을 찾는 사람이 없는지 그림자도 안 보인다.(한국전쟁 이후 북조선과 중국의 국경 획정시에는 백두산 천지를 반으로 분할하였다. 이는 1962년 10월 12일 북중국경조약(朝中邊界條約)에 따라 북한의 김일성과 중국의 저우언라이(周恩來)가 서명하였고, 1964년 3월 20일 의정서를 교환함으로써 발효되었다. 천지의 54.5%는 북한의 영토로, 45.5%는 중국의 영토로 국경선을 정하였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백두산 영토의 대부분은 중국에 빼앗기고 북한은 동파의 영토만을 가졌을 뿐이다.
백두산은 여러 봉우리를 거느리고 있는데, 해발 2,500m이상인 봉우리만도 16개이며, 우리나라에서는 장군봉(2,749.2m), 해발봉(2,719m), 망천후(2,712m), 쌍무지개봉(2,626m), 제운봉(2,603m), 비류봉(2,580m), 와호봉(2,566m), 관명봉(2,565m), 제비봉(2,549), 자암봉(2,428m), 중국에는 마천우(2,691m), 청석봉(2,662m), 백운봉(2,630m), 녹명봉(지반봉; 2,603m), 차일봉(2,696m), 철벽봉(2,550m), 자하봉(2,616m), 백암산(2,670m), 층암산(2,691m), 옥설봉(2,593m) 등 봉우리에 모두 명칭이 있고, 이러한 명칭은 1900년대 초에 붙여졌다고 한다.
와~ 천지다! 어제도 보았던 천지지만 또 다른 기분이다. 마주보이는 곳이 어제 종주하면서 보았던 북파의 초원계곡인데 오늘은 훤히 보인다. 이제 천지를 보면 어느 방향인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4호 경계비에서 천지를 바라보고 섰노라면 왼쪽은 중국, 오른쪽은 북한이고, 이곳에서 사진촬영은 안 된다는데, 우리는 그것도 모르고 운 좋게 사진을 찍어왔다.
천지를 바라보며, 도무지 내려가고 싶은 마음이 없다. 차마 발길을 돌리기가 쉽지 않은데, 가이드는 독촉이다. 아쉬운 발길을 돌려 천지를 뒤로 한다. 주차장에 내려오니 저 까마득한 아래가 압록강 발원지다. 개천사이로 간간이 철책이 보이는데 이것이 북한의 국경 철책이란다.
강물 따라 굽이굽이, 물길 따라 천리 길, 우리 조상들이 터전을 잡아 살아 온지 반만년, 우리의 힘이 강성할 때는 만주벌판을 호령했지만 국력이 약할 때는 압록강을 경계로 수많은 전쟁과 평화가 반복되던 전략적인 요충지, 이 강을 경계로 구역이 정해진 것이다.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철조망이 차창으로 스쳐가며 동포에 대한 그리움인지 가슴이 먹먹하다.
한참을 내려오니 좌우로 야생화 군락지가 군데군데 보인다. 지금은 여름이라 야생화가 많이 지고 없었지만 그런대로 볼만은 했다.
화산폭발 당시 용암에 의해 생긴 압록강 대협곡 건너편으로 화산폭발과 함께 불에 탄 나무의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는 탄화목 형성대를 지나 낙타봉에서 절정을 이룬다. 수십 길 단애를 이룬 협곡의 벼랑에는 만고풍상의 풍화 속에서 깎이고 다듬어진 주상절리가 아름다운 모습으로 절경을 이룬다.
북파입구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버스에 몸을 실고 4시간 정도 통화로 이동하여 저녁을 먹고 발마사지를 받기로 했다. 가이드의 안내에 따르면 20불에 특별히 전신마사지까지 해준단다. 마사지를 해준다는 아가씨가 중간 중간 자기 다리를 두드르기에 피곤한 것 같아 종아리를 주물러 주었다. 1시간 20분정도 마사지를 마치니 시원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여 별 감각이 없었지만, 팁 2천원을 주고 나왔다. 통강호텔(86-0435-7771)로 이동하여 방을 정하고 보니 객실은 송강하 보다 조금 나은 것 같다. 호텔에서 마지막 밤을 보낸다.
넷째 날
느긋하게 아침식사를 마치고 이제 심양으로 출발이다. 4시간 정도의 이동하는 좁은 도로는 군데군데 도로 확장공사를 하고 있다. 우리네와는 아주 다른 방식으로 중간 중간 굴다리공사를 하는데 우회도로를 흙으로 만들어 울퉁불퉁하다. 그리고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도로 중간 중간에 과속방지턱이 있어 종종 자동차의 덜컹거림이 심하다.
첫날 왔던 길로 돌아가는 길 중간에 휴게소에 들렀다. 이곳은 인삼 등 약재와 지도, 장식물들을 팔고 있었다. 뒤뜰로 가니까 멧돼지 고기 꼬치를 굽고 있어서, 이를 안주삼아 일행들과 백가지 꽃술 한 잔씩을 마셨다.
도로를 지나면서 이상하게 느낀 점은 마을 곳곳에 폐허가 많았다. 통화에서 심양으로 들어올수록 군데군데 아파트도 많이 짓고 있었다.
심양시내에 들어와 코리아타운에 내려준다 2시부터 4시까지 자유시간, 한백쇼핑에 들어가 보니 한국 브랜드와 국산제품이 슈퍼에 까지 진열되어 있다. 가격은 한국 슈퍼보다는 조금 비싼 것 같다. 이리저리 둘러보다 딱히 쇼핑할 만한 것도 없고 날씨가 더워서 생맥주집을 찾았다. 생맥주는 이른 시간이라 아직 배달이 안 되었다고 하여 브로드웨이를 한 병씩 시켜서 과일안주와 함께 마시고 일어났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버스에 올랐다.
가이드가 한국 충주가서 돈벌이하는 어머니를 생각하며 불러주는 노래를 들으며 아쉬움과 섭섭한 마음에 연락처를 주고받는다.
드디어 심양공항에 도착하여 여정을 마무리하고 인천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렇게 염원하던 민족의 영산인 백두산 종주 여행을 마치니 감개무량하다.
영토를 확장해 전력했던 고구려의 기상을 이어받았다는 자부심과 마지막까지 우리영토를 지키지 못하고 중국에 빼앗긴 그 광활한 땅이며, 중국이 고조선 고구려 발해를 자기네 역사로 편입하려는 역사왜곡 현실을 보면서, 우리 후손들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온 국민이 다 함께 힘을 모아 국력을 신장하여 어떻게든 잊혀져가는 역사와 영토를 되찾아야겠다는 각오를 다지며 글을 마친다.
2009. 8. 11. 박종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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