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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과 보존의 논리

IceBass 2008. 9. 15. 10:42

 

 ▲ 부안 방폐장 갈등은 개발과 보존의 가치관이 격렬하게 충돌한 대표적 사례이다

 

천성산의 도룡뇽을 원고로 한 재판, 새만금 개발에 대한 법정소송, 부안의 방폐장 처리를 둘러싼 갈등 등 우리나라는 전 국토가 개발과 보존의 갈등이 끊이지 않는 것 같은데요 오늘은 시사평론가 최요한씨를 모셔서 이 풀기 어려운 문제 환경의 "개발과 보존"이라는 문제를 조금 더 깊이 들여다 보고 깊이 생각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최요한 선생님 안녕하세요?


최요한 : 예 안녕하십니까?


사회자 : 듣자하니 '깊게 보고 깊게 생각하기'파트가 이번에 굉장히 어려웠다면서요?


최요한 : 예, 제가 이 방송을 준비하면서 후회를 한 것 중 가장 큰 부분은 판가름 나지 않는 이슈를 왜 더 깊게 보고 깊게 생각하려고 했는가에 대한 부분입니다. 그만큼 '개발과 보존'이라는 이슈는 우리에게 굉장히 풀기 어렵고 난해한 문제라는 점입니다. [개발과 보존]을 양립시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상당수 생태 운동가들은 '지속가능한 개발'이란 용어보다 '지속가능한 발전'이란 용어를 선호합니다. 자연과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 생태환경을 적절히 관리하되, 환경과 자원이 지속가능한 한도 안에서 관리하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뜻입니다.


 

사회자 : 그럼 '지속가능한 발전의 유래'는 무엇인지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최요한 : 일단 개발과 보존이라는 테마를 이야기 하기 위해서는 바로 이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용어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용어는 1972년 스톡홀럼에서 열린 유엔인간환경회의에서 '지구의 환경과 성장'을 토론하면서 첫 언급됐었거든요. 이 회의에서 선진국은 환경보존을 주장하면서 후진국의 인구팽창을 지적했거든요. 빈곤과 기아해결을 위해서는 인구를 줄여야한다는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이에 대해 후진국은 환경과 결부시키면서 환경파괴로 인해 경작을 위한 지구환경이 파괴되고 있는 만큼 기아와 빈곤, 인구팽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제성장을 우선해야한다고 주장했습니다. 1982년 세계인간환경연구소에서 노르웨이 여자 수상을 역임했던 [브룬틀란 보고서]가 지속가능 발전에 대한 명확한 개념을 정의했습니다. "선진국은 환경보존을, 개도국은 경제성장이란 역할분담을" 명확히 했습니다. 1992년 리우 지구정상회의는 지속가능 발전을 재확인 했고요. 제 생각이지만 이러한 세계적인 추세를 살펴보면 국제무역규모 13위인 우리 나라는 이 좁은 땅덩어리 안에 선진국의 이슈와 개발도상국의 이슈가 함께 공존하고 있음을 보게 됩니다.

 

 

사회자 : 그러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개발과 보존의 갈등부분을 한 번 살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어떤것들이 있을까요?


최요한 : 언뜻 떠오르는 것만 해도 천성상 터널관통문제라든지 부안의 방폐장 갈등, 새만금 공사라든지 수도 없이 많이 있지만 그 대표적인 것으로 일단은 오늘은 천성산 터널문제를 살펴보았으면 합니다.

지난 2004년 4월 8일에는 한국철도시설공단을 상대로, '도롱뇽과 도롱뇽의 친구들'을 신청인으로 하여 원효터널 구간에 대한 공사 착공금지 가처분을 신청이 있었습니다. 이 문제가 법정 공방으로 번지게 되었습니다. 천성산 습지에 살고 있는 도롱뇽을 원고로 하여 도롱뇽의 친구들인 환경단체 사람들은 천성산을 통과하는 고속전철 터널공사를 중단하라는 공사착공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고요 법원은 도룡뇽이 원고로 하는 재판은 요건이 맞지 않는다 하여 원고 부적격을 이유로 소송을 각하했고 지율스님은 단식에 들어갔었습니다. 이후 한국철도시설공단과 합의가 되어 환경평가를 진행하기로 했는데 여기에서도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되었습니다. 깨끗하게 환경평가가 진행된 것이 아니라 일종의 공단측에서 반칙을 했다는 것이죠. 유리한 입장을 만들기 위해 언론이나 국회, 단체등에 유인물을 만들어 뿌리는 등의 여론몰이를 했다는 것이고요 이에 지율스님은 반발을 하면서 다시 단식에 들어가서 현재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간략하게 말씀을 드렸지만 어찌되었든 앞서 말씀드린 [개발과 보존의 가치관]이 정면 충돌하는 전형적인 사건이라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 천성산 도룡뇽

 

사회자 : 그러면 현재 지율스님은 어떤 상태인가요?

최요한 : 현재 일산 동국대병원에 입원중인 상태이긴 하지만 치료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갑작스럽게 큰 위기가 오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안심하기는 이른 상태입니다.

사회자 : 도대체 이번 천성산 도룡뇽과 지율스님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 것인가요? 스님께서 목숨을 건 단식을 하는 것도 안타깝지만 어떤 관점에서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 국민들을 꽤 혼란스러울텐데요......

최요한 : 이런 관점이 맞다 저런 관점이 맞다고 말씀드리기는 참 어렵습니다. 왜냐면 말은 [개발과 보존]이라고 쉽게 말씀드릴 수 있지만 이렇게 구체적으로 문제가 제기되었을때는 대답하기가 난감하거든요 대신 이런 상황이 벌어지게 된 환경문제를 바라보는 세가지 관점이 있어 소개 해 드릴까 합니다.

사회자 : 예, 말씀해 주시죠

최요한 : 그 첫번째는 생태주의적 접근입니다. 생태주의는 자연에 대한 근본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자연관의 변화를 촉구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생태주의는 자연파괴와 자연을 이용만 해온 서구의 인간 중심의 과학기술을 전면 부정하고 과학기술이 환경 문제를 해결 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다음으로, 과학기술주의를 들 수 있습니다. 과학기술주의는 현재까지의 환경문제는 과학기술 때문에 생긴 것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과학기술이 완전하지 않았기 때문에 환경문제를 유발했다고 보고 과학기술을 발전시키면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봅니다. 청정기술 또는 녹색 기술이라고 부르는 과학기술을 통해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마지막으로 사회 구조 결정론을 들 수 있습니다. 사회 구조 결정론은 과학기술 자체는 중립적인데 이용하는 사람에 의해 선용할 수 있고 악용될 수 있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자본주의 사회 구조 속에서 이윤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공익성을 무시하여 환경을 파괴했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자본주의의 사회 구조가 환경문제를 유발했기 때문에 자본주의 사회의 사익 추구 입장을 공익성을 중시하는 사회구조로 바꾸어야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사회자 : 그러면 지율스님을 비롯한 환경단체의 주장은 생태주의적인 입장을 강조하는 것인가요?

최요한 : 예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을 드리자면 생태주의적인 관점과 함께 사회구조 결정론과 불교적 세계관이 합치되어서 바라보고 있다 할 수 있습니다.

사회자 : 자세히 설명을 해 주시죠

최요한 : 근대이성을 바탕으로 한 서구문명은 과학기술의 발전을 가져왔고 인간에게 더 편리하고 물질적으로 윤택한 삶을 살게 하였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환경을 오염시키고 자연을 파괴하는 등 인류의 삶을 위협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서구의 근대 이성은 인간중심적 사고를 바탕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문제점이 있다는 것이죠. 자연과 인간을 분리하여 사고하는 이원론적 사고관이나 기계론적 사고관은 인간중심의 사고관을 확립하는데는 기여합니다. 하지만 환경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려면 바로 이 서구 근대 이성에 대한 반성과 이성의 본질을 회복하고, 인간중심의 사고관을 극복하고 새로운 가치관을 수립해야 한다. 또한 사회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생각이 바탕을 깔고 있는 것입니다.

사회자 : 많이 어려운데요.....

최요한 : 예....좀 더 설명 드리죠....생태주의적 사고관이 불교적인 동양의 일원론적 사고관고 일맥상통합니다. 동양의 유기적 세계관은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을 유기적인 생명체로 이해하거든요 즉, 하나의 생명체가 손상되면 다른 생명체도 손상을 입을 수 있다고 보고 인간과 인간, 나아가 인간과 자연은 서로 연관되어 있어서 상호 작용한다 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사회자 : 그래서 도룡뇽이 죽는것이 다시 말하면 인간이 죽는것이다 라고 이해한다는 것이죠?

최요한 : 예 바로 그렇습니다. 하지만 여기에서도 몇가지 확인하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습니다. 이 문제가 대두되고 나서 여러가지 의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타났는데요 일단은 몇가지를 추려보면 제일 먼저 도롱뇽이 소송의 원고자격이 있는가? 두번째로 꼬리치레도롱뇽이 과연 멸종위기에 처해 있는가? 그리고 세번째로 천성산에 터널이 건설되면 도롱뇽의 서식지인 습지가 사라질 것인가? 하는 것들인데요 이 의문들은 나타난 현상적인 질문에 대한 것이고요 가장 중요한 것이 남았습니다.

사회자 : 그게 무엇이죠?

최요한 :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이 되는 것인데요 그러면 터널의 대안은 무엇인가? 라는 것입니다. 정책결정자들은 여러 대안 중에서 최적안을 선택해야 하는 입장인데요 천성산 터널의 대안에 대해서 지율스님은 다음과 같이 말하였습니다. “저는 대안을 말하지 않아요. 왜냐하면 천성산을 뚫는다는 말에 이미 너무 깊은 마음의 상처를 받았습니다. 대안이라는 것은 결국 천성산 대신 다른 데를 뚫거나 다른 곳을 지나가라는 소리잖아요. 제가 받은 마음의 상처가 너무 컸기 때문에 그 상처를 다른 누군가에게 안길 수가 없어요.”

사회자 : 대안이 없다는 것이네요?

최요한 : 예, 합리적인 사고방식으로 정책결정자들이 생각하기에는 무책임한 발언이라 할 수 있는데요 이러한 지율스님의 답변은 불교사상을 통해서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불교에서는 인간을 포함한 세상 전체를 하나의 꽃으로 봅니다. (世界一花 ) 그래서 너와 나를 가르지 않고 인간과 자연의 한몸 됨을 강조하며, 불살생을 최고의 계율로 삼고 있지요. 유마거사(維摩居士)의 법문에 “중생이 아프니, 내가 아프다”라는 내용이 있는데요. 이러한 불교사상을 천성산에 적용하면 도롱뇽과 희귀동식물이 모두 나와 한 몸인데 도롱뇽이 죽으면 내몸이 아프지 않을 수 없다고 해석되는 것이죠. 지율스님이 왜 목숨을 걸고 단식을 하는 것인가에 대해 이해가 되는 대목이기도 하고요......

 

 

       ▲ 작은 촛불처럼 다 꺼져간다. 천성산도, 지율도 그리고 사회적 소통도...

사회자 : 현실적 판단을 내려야 하는 정책결정자 입장에서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기도 하네요

최요한 : 무조건 지율스님을 지지하는 사람들과 무조건 반대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정책결정자가 이 사안에 대해 난감해 하는 부분도 바로 이점이라 생각이 됩니다.

사회자 : 너무 어려운 가치관의 문제까지 개입되어 있어서요...골치가 다 아픈데요....이제 정리를 해 주시죠

최요한 : 2002년 요하네스버그 지속가능 발전 세계정상회의는 경제성장과 환경보존이란 원칙을 실천하기 위한 큰 틀을 마련했습니다. 우리 사회는 이 회의를 통해 성장과 환경보존을 함께 해결할 수 있는 테마로 [지속가능 발전]이란 용어를 귀담게 되었고요....대통령령에 의거해 설치된 ‘대통령자문 지속가능 발전위원회’가 만들어졌지만 선언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을 수 밖에 없는 저열한 사회인식에 처해 있습니다. 환경문제에 관한 한 그리고 개발과 보존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끄는데 취약할수 밖에 없는 것이죠

결국 개발이냐 보존이냐는 기대비용과 기대편익을 비교하는 문제입니다. 11월 30일 재개된 천성산 터널 공사 역시 고속철도 건설로 얻을 수 있는 편익과 천성산 터널 관통이 가져올 환경 파괴로 인한 비용을 비교하는 문제인 것이죠. 그런데 거기에 필연적으로 부여될 수 밖에 없는 주관적인 '가치'라는 변수가 개입될 수 밖에 없는 것이고요 그 가치는 개인마다 그리고 처해있는 입장마다 다를 수 밖에 없기때문에 이런 갈등은 비롯된다고 생각됩니다.

이쪽도 옳고 저쪽도 옳다 혹은 이쪽도 그르고 저쪽도 그르다라는 [양시양비론]으로 결론을 내리기에는 현실이 너무 가혹할 정도로 힘든 상황인데요 하루빨리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방법밖에 없다는 추상적 결론으로 말을 맺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