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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와인만큼 재미있는 글라스 이야기

IceBass 2007. 12. 20. 15:39
와인만큼 재미있는 글라스 이야기

와인글라스는 과학입니다
editor 이진백 photographer 신빛 artwork 오영환 coo

글라스는 술맛의 일부다. 인체공학을 고려해 제작된 와인글라스는 타닌과 산미의 균형을 잡아주고 포도 품종의 특성을 최대한 살려 와인을 가장 맛있는 상태로 준비시킨다.

영화 <사이드웨이>의 마지막 장면은 와인 애호가를 괴롭게 만든다. 실의에 빠진 주인공은 생테밀리옹 지역에서 가장 좋은 와인이라는 ‘샤토 슈발 블랑’, 그것도 사상 최고의 빈티지라는 1961년산을 글라스가 아닌 종이컵에 따라 벌컥벌컥 들이켠다.

그 황홀한 맛과 향이 축축하게 젖은 종이와 만나 심하게 변질되었을 것을 상상하니 끔찍하고 아까울 따름이다.  와인글라스는 와인 맛의 일부다. 와인 특성에 맞는 제대로 된 글라스를 짝지어 마시면 당신의 훌륭한 와인은 더욱 빛을 발한다.

만약 꽃향기가 만발하는 부르고뉴 고급 와인을 조그맣고 볼(bowl)까지 좁은 글라스에 따른다면 그 와인은 자신의 진가를 절대 드러내지 않을 것이다. 와인글라스는 와인만큼 중요하고 까다롭다.  그러다 보니 와인을 처음 시작하는 이들은 와인글라스에 주눅이 들기 일쑤다.

다른 술잔과 달리 따라야 할 ‘규범’도 여럿이라 심기도 불편해진다. 와인잔을 들 때는 반드시 스템(stem)을 쥐어야 한다거나 와인을 따를 때는 반드시 잔을 바닥에 놓아야 한다는 둥 복잡하기 이를 데 없다. 그러나 요즘처럼 캐주얼하게 와인을 마시는 시대에 ‘그까짓’ 격식이야 꼭 지키지 않아도 그만이다.

프랑스의 보르도 그랑크뤼 협회장도 글라스 볼을 쥐고 와인을 마시고, 보졸레누보로 유명한 조르주 뒤뵈프사(社)의 프랭크 뒤뵈프 대표도 오른손잡이인데도 시계 방향으로 잔을 돌린다.  그래도 와인글라스의 모양새만큼은 알아두는 것이 좋다. 여기엔 와인을 가장 맛있는 상태로 유지할 수 있는 과학이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다.

먼저 입술이 닿는 부분인 립(lip)은 얇을수록 좋다. 그래야 입에 닿는 촉감이 좋다. 립의 굵기와 라인도 다양한데 이는 와인이 원하는 혀의 위치에 정확히 떨어질 수 있도록 제작된 것이다. 인간의 혀는 쓴맛, 단맛, 신맛을 느끼는 부위가 모두 달라 와인이 혀의 어느 위치에 먼저 떨어지느냐에 따라 맛에 큰 차이가 생긴다.  

와인글라스의 볼이 아래쪽이 넓고 위로 갈수록 좁은 형태를 띠는 것도 과학 근거에 따른 것이다. 와인이 공기에 노출되는 면적을 넓게 해 와인을 부드럽게 만들고 입구를 적게 해 와인의 향을 글라스 안에 잘 모아준다.

스템은 미세하지만 열이 볼로 전달되는 것을 방지해주며, 와인글라스에 색이나 무늬 등 장식이 없는 것은 와인의 색깔과 맑기를 제대로 가늠하기 위해서다.   와인글라스가 술맛을 좌지우지한다 해도 종류별로 모든 잔을 갖출 수는 없는 노릇.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용, 욕심을 더 낸다면 샴페인용 글라스 정도만 갖추어 놓아도 훌륭하다.

우리가 가장 많이 접하는 와인글라스는 레드 와인용이다. 레드 와인 글라스는 크게 보르도 타입과 부르고뉴 타입으로 나뉘는데, 보르도 타입은 타닌을 부드럽게 하고 향이 충분히 발산하도록 약간 길쭉한 튤립형 몸통이며,  부르고뉴 타입은 향이 훨씬 세밀한 부르고뉴 와인의 특징을 살려 몸통이 훨씬 넓고 둥글다.

화이트 와인용은 레드 와인용보다 약간 작으며 모양은 비슷한 튤립형이다. 샴페인글라스는 끊임없이 솟아오르는 거품을 감상하기 위해 길고 얇은 플루트 모양인 것이 보통이다.  가장 유명한 와인글라스 브랜드는 오스트리아의 ‘리델’(Riedel)일 것이다.

크리스털 와인글라스를 처음 개발한 회사도 바로 리델이다. 리델이 성공한 비결은 전 세계 모든 와인에 알맞은 개별 와인글라스를 만들어내 와인에 생명을 불어넣었다는 데 있다. 가령 보르도 와인을 마실 때는 장인이 직접 수공 제작하는 ‘소믈리에 시리즈’ 보르도 글라스로 음미하면 최고의 맛을 즐길 수 있다고 자랑한다.  

리델과 쌍벽을 이루는 ‘슈피겔라우’(Spiegelau)는 견고하고 세련된 디자인으로 인정받는다. 리델의 동급 글라스에 비해 높이와 크기 면에서 우위를 점한다. 리델에 필적하는 미적 수준을 표현하면서도 내구성을 높이고 가격을 낮춰 마니아가 많이 형성되어 있다. 슈피겔라우는 얼마 전 리델에 합병됐다.  

최근 레스토랑에서는 ‘쇼트 츠비젤’(Schott Zwiesel)이 인기다. 크리스털을 생산하는 독일 회사로 납(산화연)을 제거한 크리스털을 생산하기로 유명하다. 특히 클라시코 시리즈는 2만원이 안 되는 가격이지만 리델과 슈피겔라우에 버금가는 품질이라 널리 쓰인다.

쇼트 츠비젤의 잔은 튼튼하기로도 최고다. 마신 잔을 식기세척기에 넣고 2,000회 이상 씻어도 깨지지 않는다. 또 ‘위글’(Wiegle)사에서 만드는 플라스틱 글라스도 있다. 가볍고 깨지지 않아 휴대하기에 좋다. 요즘 같은 봄날, 피크닉을 떠날 때 유용하다.  마지막으로 와인글라스로 건배할 때 알아두어야 팁 한 가지.

흔히 잔의 입구 부분에 해당하는 립을 부딪치는데, 이때 주의가 필요하다. 립은 잔에서 가장 얇은 부분이므로 고급 크리스털 글라스일수록 이렇게 건배하다가는 깨지기 십상이다. 몸통에서 가장 튀어나온 부분을 가볍게 부딪쳐주면 크리스털이 울리는 소리도 훨씬 좋고 깨질 위험도 적다.


1. 리델 소믈리에 부르고뉴 그랑크뤼 4400/16
보르도에 비해 볼이 큰 부르고뉴 글라스는 섬세한 아로마를 최대한 살리고 높은 산도를 완화해준다. 산도가 높고 타닌은 적은 풀 보디 레드 와인을 마실 때 사용한다. 9만3000원

2. 리델 비늄 몽라셰 샤르도네 0416/97
화이트 와인용 글라스는 품종에 따라 볼 크기가 약간씩 달라진다. 부르고뉴 지역의 드라이한 샤르도네는 볼이 작은 글라스가 어울린다. 3만3000원

3. 리델 소믈리에 소테른 4400/55
화이트 와인 중 가장 달콤한 소테른용 글라스. 그 밖에 스위트한 디저트 와인에 사용해도 좋다. 6만8000원

4. 슈피겔라우 아디나 화이트
아디나 시리즈는 입으로 불어서 만든 수공품으로 우아한 곡선 라인이 특징. 볼의 바닥을 V홈으로 제작해 훨씬 아름답다. 5만6000원

5. 쇼트 츠비젤 클라시코 부르고뉴
쇼트 츠비젤의 티타늄 잔은 크리스털보다 두 배 이상 단단하다. 클라시코 시리즈는 케이터링용으로 제작돼 스템과 볼의 강도가 뛰어나다. 1만6000원

6. 슈피겔라우 어센티스 플루트 샴페인글라스
어센티스 시리즈는 슈피겔라우 와인글라스에서 가장 대중적인 라인. 2만900원

7. 쇼트 츠비젤 에노테카 보르도 프리미어 크뤼
고급 라인인 에노테카 시리즈는 리델과 슈피겔라우에 전혀 뒤지지 않는 품질을 갖췄다. 보르도 잔의 경우 높이가 28.4cm나 된다. 6만5000원

출처 : 에스안과
글쓴이 : 에스안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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