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1월 12일 - 지리산 천왕봉에서... 캔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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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주일정 : 2006년 11월 10일(금) ~ 12일(일) - 1무1박3일
종주코스 : 화엄사 ~ 대원사
참석인원 : 7명 - 솔개(남/46), 아침(여/40), 캔씨니(남/37), 슐까(남/32), 인성(남/32), 술사(여/32), 민규(남/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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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끝에 지리산 종주길에 오릅니다.
11월 10일 저녁 9시 영등포역 대합실..
먼저 도착한 저는 잠시 역 밖으로 가 담배를 한대 피워 뭅니다.
혹시나 일정에 차질이 생긴 일행은 없는지
한분 한분 전화도 넣어봅니다.
다행히 다들 제 시각에 도착할것 같습니다.
많은 인원은 아니지만
그 인원이 같은 시간을 만든다는게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니었지요.
이렇게나마 종주길에 오를 수 있다는 자체에 감사함을 느낍니다.
이넘의 배낭은 무게를 줄여본다고 노력했는데도
내려놨다 들어올리기가 만만치가 않습니다.
내심 불안한 마음이 없진 않지만
그래도 우리 모두를 위해 꼭 필요한 것들을 챙긴 소중한 가방이기에
다시 낑낑대며 짊어집니다.
슈르르까와 인성씨, 솔개형님, 아침누나가 차례로 도착하시고
뒤이어 연금술사와 민규씨가 도착하여
우린 부푼 가슴으로 기차 승강장으로 이동을 합니다.
9시 52분 구례구행 기차..
기차를 타고 여행을 하는 것도 설레일텐데
꿈에 그리던 종주길을 나선다 생각하니
들뜬 가슴 억누를 재간이 없습니다.
기차를 기다리며 모두들 환한 웃음뿐입니다.
기차에 오르자마자 우린 복분자주와 삶은 계란 등
바리바리 싸온 음식을 꺼내고
기차에서 파는 캔맥주도 사서
성공적인 종주를 위한 술잔을 부딪혀 봅니다.
그러는 사이 기차는 서서히 구례구로 향하고 있었고
종주 첫 야간산행을 위해 하나 둘
잠을 청해 보기도 합니다.
새벽 2시 20분경 기차는 구례구역에 도착을 합니다.
우선 든든하게 먹어두기 위해
쇠고기 해장국으로 이른 아침식사를 합니다.
화엄사로 가는 첫차는 4시 15분..
원래 그 시간에 맞춰서 기차를 타려고 했었는데
예약이 여의치 않아 1시간 일찍 도착을 한 상태라
택시로 이동을 하기로 했습니다.
인원이 7명인데 택시 기사분들이 두차로 3만원에 가잡니다.
흠.. 원래 1대에 만오천원인거 알구 왔는데 ㅡ.ㅡ;
마침 밴으로 2만원에 가자시는분이 계십니다. 콜~~~^^
3시 25분 출발하여
밴으로 20분 가까이 달리다보니 화엄사에 도착을 합니다.
아아.. 이곳이 바로 그곳..
우리들이 마르고 닳도록 이야기하던 화엄사..
서둘러 등산 준비를 마치고 기념촬영에 들어갑니다.
멋진 종주.. 성공적인 종주를 기원하면서..
3시 55분.. 산행을 시작합니다.
새벽에 살짝 비가 와서인지 상당히 쌀쌀한 날씨..
하지만 산행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땀이 비오듯하다보니
하나둘 겉옷을 벗기 시작합니다.
화엄사에서 노고단으로 가는길은
그다지 어려운 코스는 아니었습니다.
어디에나 가도 있을법한 깔딱코스와
무박이라면 서너시간정도 올라 정상에 다다르긴 매한가지..
그러나 배낭 무게로 인해
처음부터 만만치 않은 산행임에는 틀림이 없었지요..
어둠이 가시고 여명이 밝을 무렵
우리는 성삼재에서 노고단으로 향하는 널찍한 도로를 만납니다.
아아~~ 이곳이었단 말인가..
성삼재와 화엄사의 차이가..ㅡ.ㅡ^
7시 15분..
노고단 산장에서 아침준비를 합니다.
첫 식사는 떡라면에 햇반..
꿀맛같은 아침식사와 노고단 거품화장실에서의 거사^^를 치르고
다시 길을 서둘러 봅니다.
8시 50분..
나뭇잎처럼 생긴 벌레가 있어 한컷..^^
노고단 정상을 지나 임걸령..
샘물을 한모금씩 나누고 다시 길을 재촉합니다.
노루목을 지나 뱀사골 갈림길을 지나
삼도봉에 도착.. 사진 몇컷 담고
다시 토끼봉을 거쳐 연하천 산장으로 향합니다.
이때쯤 되니 다리가 말을 잘 듣질 않습니다.
완만한 오르막임에도 불구하고
어찌 그리 발길이 무거운지..
만만치 않은 배낭무게와 10시간 가까운 산행은
저 자신도 모르게 지쳐가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연하천 산장에서 뜨듯한 라면국물과 소주한사발 들이키고
1시간여를 쉬다보니 다시 컨디션 회복..
연하천에서 벽소령까지는 다시한번 날라봅니다.^^
(14시 30분 연하천 도착, 15시 35분 연하천 출발)
17시 10분
벽소령산장..
처음 가 본 곳입니다.
지난번 여름종주때 연하천에서 통제를 하는 바람에
한이 서렸는지..
어찌나 반갑고 감개무량한지..
가슴 한켠이 뭉클함을 짜릿하게 느껴봅니다.
우리의 유일한 숙소 벽소령 산장..
때아닌 영하의 날씨에 식수대 수도꼭지가 얼어붙었고
벽소령까지의 길은 영하의 날씨에 채 적응도 되지 않은 우리를
동사케 만들것 같은 두려움까지 느꼈어야 했지요..
하지만 벽소령은 마치 고향집과도 같이
우리를 따스이 맞아 주었습니다.
지금까지 배낭이 무거웠던 이유..
벽소령에서의 삼겹살 파티와
이번 종주에서 유일하게 밥을 해먹는 시간이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슐까가 한 기름진 밥과
아침누나가 준비한 보글보글 김치찌게..
지글지글 익어가는 삼겹살과 목살구이는
이번 종주의 꽃이었지요..^^
9시경 저녁자리를 마무리하고
지리산 산장에서의 첫날밤을 맞이합니다.
이 얼마나 감격스러운 순간이냐마는
눈 감자마자 잠든듯 합니다.
머리를 바닥에 댄 후부턴 전혀 기억이 없습니다.ㅠ.ㅠ
새벽두시..
1박짜리 종주다보니 둘째날도 야간산행을 해야했습니다.
서둘러 준비했음에도 불구하고 출발시간은 2시 45분..
세석에서의 아침을 위해 간단히 사과와 귤로 요기를 하고
둘째날 산행을 시작합니다.
다행히 어제처럼 춥지는 않습니다.
정말 살것 같더군요..
하지만 세석에 도착할 무렵부턴
벌써 졸리기 시작하고
다리의 피로감도 만만치 않습니다.
5시 40분경..
세석에서의 아침식사..
누룽지를 준비했으나
어제 먹다남은 밥도 끓이고
나름대로 푸짐한 식사를 합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다들 지친 기색이 역력합니다.
제일 어린 민규씨가 무릎 통증이 있다하여 압박붕대 감아주고
어영부영 쉬다보니 계획된 일정에 비해 상당히 시간이 지연되고 있었고
다시 장터목으로 발길을 재촉해야 했지요..
7시 40분경..
9시 50분..
장터목..
나올듯 나올듯.. 나오지 않더군요..
어찌그리 꼭꼭 숨어 있던지
그 길은 무척이나 길고 지루했습니다.
피곤했던게지요..
이쯤에서 그런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내 다신 1박으로 종주를 오지는 않으리..
다시 오지 않기위해 오늘 종주를 끝까지 완주하리라..
일종의 오기가 발동을 합니다.
불행하게도 먹을것 다 먹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장비 위주인 제 배낭의 무게는 줄어들질 않았습니다.
오히려 일정보다 늦은 출발과
세석에서 취사장 자리잡는데 시간이 많이 지체된터라
점심을 생략하고 아침에 남은 누룽지 숭늉으로 점심을 대체하기로 하여
숭늉 1리터의 무게가 더 늘어난 상태..
장터목은 그래도 반가운 곳이었습니다.
얼마전 산노을 산행에서 맛난 아침식사를 했던 곳이었지요..
이곳에선 일행을 기다리는 시간이 꽤 길어집니다.
보통은 길어야 15분 정도였던 선두와 후미의 격차가
점점 길어지고 있었고
30여분이 지나고 나니 쩔뚝거리는 민규씨가 나타납니다.
걸음거리만 보아도 우리는 순간 탈출로를 생각해야 했고
산노을 산행에서의 경험상 백무동 계곡길을 떠올립니다.
가벼운 응급조치를 취한 후
스프레이 파스를 쥐어주며
아쉬운 헤어짐..
민규씨.. 딱 한마디 합니다.
아~~ 짜증나~~
찔끔 눈물이 날것 같았습니다.
얼마나 학수고대하던 종주였는데
마음과 달리 따라주지 않는 무릎에 중도 포기를 해야하니..
하지만 다음을 기약하지 않을 수 없었고
마지막으로 전원이 함께 기념촬영을 해 봅니다.
민규씨 일행인 술사가 함께 백무동길로 하산하고
우리는 천왕봉으로 향합니다.
10시 30분..
종주길에서 만난 천왕봉..
감격스럽기 그지 없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또 한번의 작별의 시간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12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이었고
원래 하산 완료시간을 3시경으로 잡았던것에 비하면
상당히 페이스가 떨어져 있는 상태..
서울 귀경시간에 대한 압박으로 인해
저를 제외한 모든 분들이 중산리로 하산 하기를 원하십니다.
하지만 어떻게 오게된 종주인데..
이제 90%를 해 놓고선
도저히 중산리로의 발길이 떨어지질 않습니다.
그리고 다시 1박으론 오고싶지 않은 너무도 힘든 여정이었기에 더더욱..
저는 일행들께 양해를 구하고
저 하나라도 예정된 종주길을 마무리 하겠노라고
중봉으로 발길을 재촉합니다.
11시 40분..
모두들 손 흔들어주며 화이팅을 외쳐 주시는데
가슴한켠이 뭉클해 옴을 느낍니다.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아야 하는 것인데
너무 내 욕심만 부린것은 아닌지..
하지만 중봉으로 향하고 있는 저는 이내 남은 종주길에 집중을 해야 했습니다.
서서히 아파오는 무릎도 신경써야 했고
마지막 버스라도 타야하려면 서둘러야 했지요..
중봉에서 바라본 천왕봉..
써리봉에서 바라본 천왕봉..
13시 50분..
치밭목 대피소에 도착을 합니다.
식수를 약간 보충해야겠다 싶었는데
흐미.. 100m를 내려가야 하더군요..
잠시 흡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우고
산장지기 어르신께 대원사 주차장에서의 막차시간과
진주에서의 버스시간을 여쭈어봅니다.
대원사에서는 7시 10분, 진주에서는 심야버스도 있다고 합니다.
내친김에 하산 시간도 여쭙습니다.
현재시간 2시 15분.
무릎이 좀 아픈데 천천히 내려가면 얼마나 걸릴까요..??
막차 탈 시간까진 기어서도 간다하십니다.
푸훗^^ 산장지기 어르신의 능청에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옵니다.
더불어 일행이 없으니 유평까지만 가면
지나가는 차 얻어타기도 수월하다 일러주십니다.
새재 갈림길..
이곳을 조금 못미칠 무렵부터
무릎은 심하게 아파오고 있었습니다.
간간히 지나가는 일행들도
대부분 무릎 통증을 호소하고 있었고
저역시 거의 한쪽다리에 의존해 한걸음 한걸음을 떼고 있었지요
힘겨운 걸음을 떼고 있었는데
저 이정표는 저를 거의 좌절케 만들고 말았습니다.
아직도 유평까지 2.5km, 대원사까지 4.5km..
뜨아~~ 5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는데 저 거리는..
막차까지 기어서 가도된다는 산장지기님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제가 여지껏 기어오고 있었던 모양입니다.ㅜ.ㅜ
다시 힘을 내어봅니다.
한참을 내려가니 계곡을 만나 잠시 발을 담그어보고
조금 남은 소주 몇잔도 기울여 보고
다시 길을 재촉합니다.
어둠이 서서히 깔릴무렵
유평상가 100M..라는 표지판
아~ 다왔구나..
잠시 후 콩크리트 도로를 만납니다.(17시 45분)
여기서부턴 그나마 살것 같았습니다.
도로길이다보니 무릎에 부담이 가지않아
멀쩡한 사람마냥 속보로 내달립니다.
혹여나 지나가는 차량이 없을까 기대도 해 보았지만
대원사 입구를 지나기까지 올라가는 차량 몇대 뿐..
그러나 대원사를 지날 무렵
저보다 하산이 늦은 몇몇분이 차를 불렀던지
승합차 한대가 내려오고 있었고
저를 기꺼이 태워 주셔서
대원사 주차장까지 무사히 도착하게 됩니다.(18시 30분)
마침 진주행 버스 한대가 들어오고
바로 탑승한 후 진주터미널에 전화를 넣어봅니다.
조금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원지에서 서울행 버스를 탈까 했는데
좌석이 여의치 않아 그냥 진주로 향하고
도착하자마자 20시 우등버스가 있어
양말만 갈아신고서 오뎅 2개 먹고 따뜻한 국물 마시고 버스에 몸을 싣습니다.
아~ 이제 마쳤구나..
안도의 한숨..
동시에 저는 거의 실신한듯 ..
그렇게 버스는 서울로 향하고..
23시 50분
서울 남부터미널..
버스에서 내리는 두계단이 몹시 힘이 듭니다.
그리고 다시 터미널에서 도로가로 내려가는 20여계단..
한 숨 자고나서 인지 발도 퉁퉁 붓고
무릎은 전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간신히 계단을 내려와 택시에 몸을 싣습니다.
24시 30분 목동에 도착하여
이번 종주를 돌이켜 보았습니다.
첫날 약 13시간
둘째날은 약 15시간..
제가 가진 체력에 비해 무모한 도전은 아니었나 생각도 들지만
한편으론 무사히 마친 제 자신에 뿌듯함을 동시에 느끼게 됩니다.
산행내내 다신 오지 않으리라 생각도 했었지만
제 인생에 한번쯤은 이러한 도전이 결코 헛되지 않을것이라는 믿음과
다음에는 보다 여유로운 일정으로..
즐기는 산행으로 다시찾고 싶은 생각도 해 봅니다.
끝까지 함께 하진 못했지만
모든 분들이 가슴속 깊이 간직할 추억이 되었으리라 여기며
함께해주시고 응원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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