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 산행가들에게는 아기자기한 숲길과 지루함을 달래주는 적당한 암릉과 기암, 정상위에 섰을때의 장쾌한 조망이 갖춰진 등산코스가 가장 입맛에 맞다.
상주 상학봉은 능선 곳곳에 숲길이 있고 오밀조밀한 바위굴과 암릉, 정상부근에는 장대한 기암괴석을 갖춰 아마추어 암릉 산행을 하려는 이들에게 제격. 상학봉은 정상과 기암들 사이에 노송과 낙엽송이 자태를 뽐내 단풍드는 가을 산행지로 손색이 없다.
상주 상학봉(834m)은 백두대간 상의 속리산 문장대(1,033m)가 모산이다. 문장대쪽에서 북서쪽으로 네번째 봉인 상학봉의 북쪽은 경북 상주시 화북면, 남쪽은 충북쪽이다.
상학봉 암릉코스는 화북면 화평동 살구나무골에서 오르내리는 코스가 인기. 화평동 코스는 암릉 곳곳에 기암들이 줄줄이 이어지는데다 모자바위와 강단바위 등 절로 감탄사가 튀어나오는 비경이 즐비하다.
살구나골 삼거리를 산행기점으로 상학봉을 마주보며 30여분 길을 오르면 모자바위 북릉 안부가 나오고 급경사 바위지대를 5분여 더 가면 본격적인 암릉이 시작된다. 암릉의 급경사 숲지대를 7분여 올라가면 널찍한 너럭바위에 닿는다.
너럭바위에서 서쪽 아래 협곡은 살구나무골 상단부. 살구나무골 건너로 마주보이는 암봉이 강단바위다. 너럭바위에서 약 40m 올라가면 산길은 왼쪽 모자바위 수직절벽 아래에서 오른쪽으로 이어진다. 일명 토끼굴이라는 바위굴속을 지나 급경사 바위벽에 매인 밧줄을 잡고 70여m 올라가면 분재와 같이 생긴 노송아래로 모자바위 꼭대기에 닿는다.
노송아래에는 길이 4m가 넘는 박스형 바위가 반듯하게 자리하고 있다. 이 바위에서 북으로는 마치 바다의 경비정을 빼닮은 기암이 돌진하는 듯 서 있다. 이 위에 배갑판 앞쪽에 설치된 포탑같은 바위덩이가 얹혀져 있다. 포탑바위 오른쪽 너럭바위로 올라가면 크게 벌어진 바위틈바구니(침니)가 나온다.
모자바위에서 하산하는 길은 되돌아 내려 오는 방법뿐이다. 사방이 20m가 넘는 수직절벽이기 때문. 하강 볼트가 박혀있으나 주자일을 걸고 내려 오면 더 안전하다. 모자바위 남벽 아래에서 남쪽 암릉길로 약 40m 가면 왼쪽 절벽을 횡단하듯 기어 오르는 구간이 있다.
밧줄이 매여 있는 횡단장소를 지나 암릉 오른쪽으로 우회하는 길로 들어서면 지나온 바위 안부에 다시 닿는다. 몇 개의 굴속을 지나 더 내려오면 상학봉 북서릉인 주능선을 밟게 된다. 주능선에서 동쪽으로 15분여를 가면 첫 번째 암봉 꼭대기가 나온다.
첫 번째 암봉을 내려서 왼쪽 우회길로 약 40m를 가, 대형 틈바구니를 오르는 사다리를 타고 오르면 다시 몸통이 겨우 빠지는 구멍바위가 나온다. 이 바위를 지나 50여m를 가면 상학봉 정상이 마주 보이는 두 번째 암봉에 닿는다.
두 번째 암봉에서 바위길로 15분여를 더 가면 상학봉 정상. 이 정상에서는 속리산 방면 암릉들이 장쾌하게 서 있다. 하산은 서쪽 안부로 되내려선 다음 치마바위골로 내려가는 코스가 정석. 치마바위골 하산길은 지나온 운흥1리 마을로 되돌아 오는 길이다.
북서릉 통천문에서 정상을 고집하지 않고 북서쪽 강단(講壇)바위 암봉으로 향하는 등산객들도 많다. 강단바위는 100여명이 앉을 수 있는 너럭바위로 강사가 올라서서 강의까지 할 수 있는 자연 단상까지 있는 기암. 강단바위에서 동쪽 살구나무골 건너로 마주보는 모자바위 암릉 풍광도 일품이다. 강단바위에서의 하산은 북서쪽 능선길로 25분여 내려와 북쪽 계곡길로 타고 내려 가면 된다.
▨주의 사항
급경사 암릉 곳곳에 볼트, 밧줄, 사다리가 있지만 자일을 준비하는 것이 만사튼튼이다. 세미클라이밍수준이어서 한번이라도 자일을 걸쳐 본 등산객은 크게 부담은 없다. 상학봉 곳곳에 난 바위굴의 폭이 좁아 등산짐은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
상학봉(834m)은 백두대간 상의 속리산(1,057.7m) 문장대(1,033m)에서 북서쪽으로 가지쳐 나간 암릉 상의 네번째 봉우리다.
문장대에서 갈라져 나간 능선 상의 첫번째 봉은 관음봉(985m), 두번째가 두루봉(887m), 세번째가 묘봉(874m), 그 다음 네번째가 상학봉이다. 이 능선을 경계로 남쪽은 충북 보은군 산외면과 내속리면, 북쪽은 경북 상주시 화북면이 된다.
상학봉에서 계속 뻗어나간 시루봉(575m)과 미남봉(610m)을 빚어 놓은 다음, 활목고개에서 잠시 가라앉았다가 다시 고도를 높이며 금단산(767m)과 신선봉(687m)을 빚어 놓고는 그 여맥을 달천 상류인 박대천에 가라앉힌다.
속리산 북서쪽에 숨어 있듯이 자리잡고 있는 상학봉은 산 전체가 아기자기한 바위산이어서 기암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공룡의 등허리인 양 기묘한 바위들이 울퉁불퉁 튀어나와 있는 공룡바위를 비롯, 돼지바위, 애기업은바위, 문바위 등이 연이어져 있어 지루한줄 모르고 산행을 할 수 있다.
상학봉 등산코스를 예전에는 보은군 산외면 신정리에서 채석장터를 경유해 정상을 다녀오는 코스가 가장 많이 이용되고 있다. 그러나 요즘에는 그 반대방향인 화북면 운흥리 화평동에서 살구나무골과 암릉을 경유하여 오르내리는 코스도 인기를 얻고 있다.
신정리 채석장 코스보다 운흥리 방면 암릉코스가 자연상태도 잘 보존되어 있는 데다 암릉길 곳곳에 기암들이 줄줄이 나타나 산행의 즐거움을 배가시키기 때문이다.
살구나무골 경유 암릉코스는 그동안 많은 등산인들이 다녀왔지만, 천혜의 명소 토끼굴과 토끼봉을 아는 이들은 많지않다. 상학봉은 토끼봉을 경유하여 산행을 즐기는 것만으로도 하루산행의 가치가 있다.
[살구나무골 - 토끼봉 - 정상 코스]
운흥리 용화 버스정류장에서 보은 가는 길로 약 1km 거리에 이르면 도로 왼쪽으로 서부식당이 있다. 이 서부식당 못 미처에서 왼쪽 골목길로 들어가 약 100m 거리에 이르면 운흥1리 마을회관이 나타난다. 마을회관을 뒤로하고 맑은 물에 버들치가 유영하는 계류를 거슬러 100m 더 들어서면 '토종꿀' 간판이 붙은 운흥1리 이장집에 닿는다.
이장집을 지나 오른쪽 인삼밭 농로로 들어가 8~9분 거리에 이르면 왼쪽으로 '산소 가는 길' 이라 쓰인 푯말이 나타난다. 푯말 앞에서 살구나무골 안으로 계속 직진하는 숲속 길을 따라 25분 거리에 이르면 급경사 모래지대를 쉽게 오르도록 매어 놓은 20m 길이 흰색 밧줄이 나타난다.
이 밧줄을 잡고 올라가면 '묘봉, 상학봉, 토끼봉→' 이라 쓰인 플라스틱 안내판이 있는 안부에 닿는다.
안부를 뒤로하고 7~8분 오르면 본격적으로 암릉지대가 시작된다. 50m 길이로 이어지는 암릉을 세미클라이밍으로 통과한 다음, 급경사 숲을 10분 가량 올라가면 다시 바위가 나타나고, 곧이어 오른쪽 절벽 상단부의 너럭바위를 밟는다.
살구나무골 협곡 건너로 쭉배기바위 암릉이 그림처럼 마주보인다. 너럭바위를 뒤로하고 30m 더 오르면 산길은 마주치는 수직절벽 밑에서 오른쪽으로 우회한다. 절벽 왼쪽을 살펴보면 2m 길이 밧줄이 탯줄처럼 매어져 있는 토끼굴이다. 토끼굴은 바닥에서 2m 위로 침니처럼 벌어진 바위로, 이름 그대로 토끼 같은 작은 짐승이나 통과할 수 있는 지름 1m 정도의 작은 구멍바위다.
배낭을 멘 상태로는 통과가 불가능하다. 배낭을 벗어 놓고 밧줄을 잡고 침니 안에 올라 선 다음, 구멍 안으로 머리부터 들여보내면 90도로 꺾이는 수직굴을 2m 가량 빠져나가게 된다. ㄴ자로 꺾여진 토끼굴을 빠져나가면 급경사 바윗길이 시작된다. 바윗길로 70m 가량 올라가면 승용차만한 동그란 공기돌이 놓여 있는 토끼봉 꼭대기를 밟는다.
꼭대기 분위기는 거대한 진경산수화 그대로다. 아름드리 노송군락, 신비로운 공기돌 외에도 거대한 바위가 갈라진 침니석굴, 그리고 노송이 그늘을 드리운 10여 평의 사각형 너럭바위를 보노라면 그야말로 속세를 떠나 잠시 신선이 된 기분에 휩싸이게 된다.
휘둘러보는 조망도 일품이다. 살구나무골 건너로는 미남봉으로 이어지는 매봉 암릉이 금단산과 함게 마주보이고, 북쪽 아래로는 운흥리 분지가 골골샅샅이 내려다보인다. 운흥리 분지 위로는 도명산과 낙영산이, 낙영산 오른쪽으로는 백악산과 대야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동으로는 문장대에서 이어져 오는 암릉 상의 관음봉 묘봉 상학봉이 한눈에 들어온다.
남쪽 풍광도 일품이다. 상학봉 서릉으로 올라붙는 험준하고 급경사를 이룬 암릉이 손에 닿을 듯 가깝게 마주보인다.
하산길은 올라갔던 길뿐이다. 사방이 수십 길 수직절벽이기 때문이다. 토끼굴로 다시 내려와 굴을 바져 나올 때에는 반드시 엉덩이가 먼저 나오게 빠져 나와야 한다. 굴을 빠져 나와 다시 우회길로 내려선 다음, 벽을 왼쪽으로 끼고 약 100m 거리에 이르면 30m 높이에 소주병을 닮은 첨탑바위 하단부에 닿는다. 초심자는 오른쪽 우회길을 이용하면 된다.
첨탑바위 15m를 세미클라이밍으로 기어 오른 다음, 7~8분 거리에 이르면 버스 크기 바위들이 지붕처럼 서로 기댄 자연석굴 아래로 들어간다. 일명 통천문이라 불리는 석굴바위 세 곳을 지나면 주능선을 밟는다.
주능선에서 동쪽으로 발길을 옮겨 3~4분 거리인 가평 이씨 무덤을 지나 급경사 바윗길로 10분 가량 올라가면 첫번째 암봉을 밟는다. 암봉에서 안부로 내려섰다가 왼쪽 우회길로 가파른 바위지대 위로 40m 거리에 이르면 오른쪽 천장바위 (오버행) 위로 약 10m 길이 침니로 오르는 통나무 사다리가 나타난다.
사다리를 타고 침니를 비집고 올라간 다음, 6m 밧줄 구간을 지나 10분 거리에 이르면 몸통이 겨우 빠지는 구멍바위를 통과하게 된다. 구멍바위를 빠져나와 노송 밑둥에 매놓은 밧줄을 잡고 5m 절벽을 내려서면 안부로 내려서게 된다.
이어 천장 높이가 어른 키를 넘고 길이 10m 폭 2m나 되는 석굴 속으로 들어간다. ㄱ자로 꺾인 석굴을 빠져 나올 즈음이면 북쪽으로 하늘이 열린다.
석굴을 빠져나와 40m 거리에 이르면 정면으로 상학봉 정상이 마주보이는 두번째 암봉 꼭대기를 밟는다. 암봉을 뒤로 하고 5분 가량 내려서면 사거리 안부에 닿는다. 북쪽 길은 치마바위골, 남쪽 길은 신정리 채석장터로 가는 길이다. 사거리에서 동쪽 오르막 바윗길로 발길을 옮겨 8~9분 가량 오르면 상학봉 정상이다.
정상에는 버스 만한 바위가 얹혀져 있어, 통나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야 한다. 꼭대기는 겨우 3 ~4명이 앉아 쉴 수 있는 넓이로 말안장같이 가운데가 가라앉아 있다.
정상에서 조망은 속리산 방면만 다를 뿐 지나온 토끼봉에서와 거의 같다.
하산은 서쪽 안부로 되내려선 다음, 치마바위골을 경유해 다시 서부식당 앞으로 내려서는 코스가 많이 이용되고 있다.
치마바윗골 하산길에서는 시종 왼쪽으로 하얀 화강암으로 된 치마바위를 보며 내려서게 된다. 치마바위가 보이지 않는 합수점을 지나면 왼쪽으로 휘도는 농로로 빠져나온다.
또는 남릉을 타고 묘봉 - 북가치 - 절골을 경유하여 운흥2리 용화 버스정류소로 내려서는 코스도 괜찮다. 절골 하산길은 숲속 계류가 깨끗해서 하산길에 더위를 쫓기에 그만이다.
운흥1리 서부식당을 출발, 살구나무골~토끼봉~통천문~주능선 자연석굴을 경유하여 정상에 오른 다음, 치마바위골을 경유해서 서부식당 앞에 이르는 산행거리는 약 8km로, 5시간 안팎이 소요된다.
○ 바위골마을 위의 주차장-비포장 임도 약 100m - 갈림길(컨테이너박스와 상학봉 1.4km, 묘봉 2.4km -' 란 등산로 안내판 있음) - 왼쪽 길 - 계류 건넘 - 계곡 - 넓은 너래반석 - Y자 계곡 - 상학봉 주능선상의 사거리 안부(국립공원 표지석) - 급경사 - 바위절벽 - 705m봉(전망 좋음) - 아기자기한 바위를 오르내림(약 30분 소요) - 기암봉(돼지바위 보임) - 자연동굴(기암봉 아래 위치. 구들이 놓여 있음) - 상학봉 정상(집채만한 바위 세 개로 형성되어 있음. 정상은 동·남·북쪽이 수직 절벽)
○ 운흥1리 서부식당 - 살구나무골 - 토끼봉 - 통천문 - 주능선 자연석굴 - 정상 - 치마바위골 - 서부식당 ( 약 8km, 5시간 )
보은에서 37번 국도를 타고 말티고개 넘어 법주초등학교 앞(중판리) 삼거리에서 좌회전하여 장갑리까지 북상한다. 신정리 바위골마을 입구가 가까워질 때쯤 도로 오른편에 신정유스타운 건물이 보인다. 이 건물 아래로 우회전해 약 1.5km 더 가면 채석장 앞을 지나게 된다. 바로 오른쪽에 있는 대형 주차장에 주차시킨 후 산행을 시작한다.
식사는 운흥1리 서부식당(054-533-9197)에서 토종닭백숙(25,000원), 손두부전골(대 10,000원, 소 6,000원), 손두부찌개백반(4,000원), 청국장벡반(4,000원), 비지장백반(4,000원), 제육볶음(1인분 4,000원) 등을 판다.
운흥2리 용화 버스정류소 앞 신흥휴게실(054-533-9086)에서 컵라면(1,500원), 우동(1,500원), 어묵(1,500원) 등을, 정류소 옆 내고향식당(533-6451)에서 토종닭볶음(25,000원), 된장찌개백반(4,000원) 등을 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