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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한옥)과 식재 - 퍼온 글

IceBass 2008. 11. 19. 11:32

벽과 건물에 의해 둘러싸인 빈 공간을 마당이라고 한다.

전통 한옥에서는 그 마당은 반드시 비어 있어야만 했다.

즉 나무를 심지 않았던 것이다.

그것은 마당이 지니고 있던 특수한 역할 때문이었다.

 

 

마당은 이동하는 통로로서 작업공간으로서 또한 각종 의식을 행사는 장소로 사용되었다.

때문에 마당이 비어져 있어야 했다.

나무가 심어져 있다면 그것은 관상용으로 심은 것이 아니라

혈과 명당을 둘러싸는 의미를 갖는다.

따라서 나무가 마당을 둘러싸더라도 나무로 마당을 채우지는 않는다.

 

 

<산림경제>에서는 나무로 마당을 채우는 것을 다음과 같이 금지하고 있다.

"큰 나무가 마루 앞에 있으면 질병이 끊이질 않는다.

큰 나무는 마루에 가까우면 좋지않다. 

뜰 가운데에 나무를 심는 것은 좋지 않다.

집 뜰 가운데 나무를 심으면 한 달에 천금의 재물이 흩어진다.

뜰 가운데에 있는 나무를 한곤(閑困)이라 하는데,

뜰 가운데 오래 심어 놓으면 큰 재앙이 생긴다."

면서 나무 심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현대적 해석으로 보면,

마루 앞에 큰 나무가 있으면 당연히 그늘이 생긴다.

그늘 아래는 햇빛이 들지 않으므로 쉽게 마르지 않아 습기가 생기고

습한 곳에서는 각종 미생물이 번식하기 좋다

물론 각종 질병을 일으키는 미생물도 번식할 것이다.

따라서 마루 앞에 큰 나무를 심지 못하게 한 것이다.

선조들의 지혜다.

 

 

음양오행에 의하면

주된 건물이 들어서는 자리는 혈에 해당되고, 마당은 명당에 해당된다.

혈 자리는 건물이 땅 속의 생기를 받는 장소이며,

명당인 마당은 하늘로부터 내려오는 양기를 받는 곳이다.

<산림경제>에서는

"양거(陽居)는 다만 좌하(坐下 : 집터의 판국)가 평탄하고 좌우가 긴박하지 않으며

명당이 넓고 앞이 트였으며, 흙은 기름지고 물맛은 감미로워야 한다.

무릇 사람의 거주지는 땅이 윤기가 있고 기름지며

양명한  곳은 길하고건조하여 윤택하지 않은 곳은 흉하다."

라고 하였으며

또한 <임원경제지>에서는

"사는 집의 방실(房室)은 반드시 남향하여 양기를 받아야한다."

라고 하였다.

이렇듯 살아있는 사람이 사는 공간에 양기를 받아들이는 것은 필수적인 일이며

따라서 양택이 양기를 받기 위해서는 마당이 필수적인 것이었으며

많은 양기를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마당은 비워져야만 했다.

따라서 마당에 나무를 심지 않았다.

 

 

옛날에는

마당은 작업공간이자 저장하는 공간이며 각종 의식의 공간이었다.

민가에서 마당은 고추, 나락 등의 곡물을 말리는 건조장이었으며 저장공간이었다.

또한 결혼식이나 장례식을 비롯한 각종 의식에 사용되는 공간이었다.

따라서 작업장으로 저장장소로서, 또한 각종 의식을 행하기 위해서는

마당에 나무를 심지 않고 비워두어야만 했다.

 

 

한옥의 마당은 간접조명을 위한 광원이었다.

한옥은 주로 목재를 사용하였기 때문에 습기에 약하다.

여름철 비가 많이 오는 우리나라에서는 건축물의 목재를 비로부터 보호하기 위하여

처마가 앞으로 많이 돌출되어있다.

그렇다보니 실내가 어두워진다.

그러나 비어있는 마당에 빛이 반사되어 집안 깊숙히 들어오게 된다.

마당에 나무가 심어져 있다면 불가능하다.

 

 

집과 나무에 관한 한자풀이를 보면

담과 건물로 둘러싸인 가운데에 나무가 심어져 있으면

한자로 곤할 곤(困)자가 된다. 즉 곤란한 일이 생긴다.

먹고 살기 힘들어진다는 이야기다.

또한 대문 안으로 나무가 보이면 한가할 한(閑)자가 된다.

바빠야 먹고 살 것인데 한가하니 입에 풀칠하기도 어렵게 된다.

그저 한자풀이에 불과한 이야기다. 

 

 

마당에 나무를 심지말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문화재자료인 한옥의 나무를 없애자는 이야기도 아니다.

지금은 주거환경도 바뀌고 풍속도 바뀌었는데

예전으로 돌아가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저 우리 선조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우리 한옥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아보자는 것이다.

 

 

이제는 사라져가고

잊혀져가는 고향의 마당을 생각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