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자료/내집짓기방법

[스크랩] 농촌에서 집짓기 - 건축가 주대관氏 http://ectosis.com/article_07.html

IceBass 2008. 10. 13. 15:10

 

 

http://ectosis.com/article_07.html

 

주대관 /
주택저널 0510 게재원고

 "농촌에서 집짓기"




<01>아름다운 농촌 낡은 집들(전남 영광 효동, 이상구, 2005):농촌경관의 아름다움은 자연과 집이 어우러져 만들어 낸다.

<02>샌드위치패널주택 :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농촌주민들에게 이나마 가장 경제적인 대안이 되고 있다.(전남 영광 효동리, 주대관, 2005)

<03>농촌의 목조주택 : 우리 농촌에 서양식 목조주택을 짓는 일은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목조의 대부분의 재료들과 급경사, 짧은 처마가 우리 기후에 어떻게 적응할 수 있는지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2005 농촌경관주택 공모전 응모작)


<06>유럽의 산촌마을: 건축물은 그 물적 비물적 환경의 산물이다. 이 아름다운 마을경관과 집들은 그나라의 기후와 재료조건과 밀접하다.(자료사진)

<07>황토집: 최근 산촌지역을 중심으로 널리 지어지고 있는 황토벽돌집. 황토의 자체의 친건강성에도 불구하고 황토를 가공하는 과정에서의 문제나 무거운 한옥식 지붕을 장기적으로 버티는 것이 가능한지 검증되지 않았다.(2005 농촌경관주택 공모전 응모작)

<08>전통주택의 평면도: 전형적인 남부지방 민가평면으로 홑집의 형식(전남영광 효동 아산댁 안채 평면도, 실측조사 이상구

<09>신리 강봉문 가옥 너와집 평면도: 비탈면에서 높은 쪽에 해당하는 뒤쪽에 방이 배치되어 있고 앞쪽은 정지와 외양간을 배치하고 수평방향 중간켜는 출입을 겸한 아궁이가 배치되어 있으며 비탈면에 지어지는 관계로 측면에서 진입하는 전형적인 강원산간지역의 겹집이다.(강원도 산간지역의 가옥과 생활, 국립민속박물관, 1994)






<14>초가집의 지붕: 우리 전통가옥은 지붕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보온은 물론 집을 눌러주어 안정되게한다.(전남 영광 효동, 주대관, 2004)

<15>지붕개량한 초가집: 농촌의 스레트지붕은 대부분 지붕개량한 초가집이다. 초가지붕과 비교하여 훨씬 가벼운 느낌이다. 여기에 한옥기와지붕을 얹는다면 견디지 못할 것이다. 서까래 등 지붕구조가 약하기 때문이다.(전남 영광 효동, 이상구, 2004)

<16>샌드위치패널집: 벽과 지붕을 샌드위치패널로 세우고 외벽을 비닐 사이딩으로 마감한 집. 재료가 가벼운 데다가 모든 부위의 두께가 얇아서 날아갈 것만 같다.(2005 농촌경관주택 공모전 응모작)

<17>전통기와집: 전면 중앙의 대청마루부분이 막혀있는 것이 이채롭다. 춥고 바람이 많이 부는 기후때문이다.(강원 고성 왕곡, 주대관, 2004)

<18>편경사지붕: 눈이 많이 오는 지역에서는 처마의 빗물받이가 쓸모가 없다. 눈이 녹아 흘러내려서 다시 얼어 붙는 것을 고려하여 입구 반대편으로 편경사를 잡고 내부를 경사천정으로 처리하였다.(설계: 주대관+엑토건축, 주대관, 2005)

<19>영국북동부의 농촌건물: 지붕경사가 매우 급하고 처마가 매우 짧다. 처마밑이라는 개념이 없는 것은 기후와 관련된다.(영국 killhope, 주대관, 2004)



1. 허름한 농가, 화려한 전원주택

우리네 농촌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집들은 70년대 이전에 지어진 초가집을 지붕 개량한 것이다. 특히 새마을운동을 거치면서 정부의 농촌계몽사업의 일환으로 초가지붕을 슬레이트지붕으로 바꾸고 부엌을 입식화하고 난방방식을 보일러 방식으로 바꾸고 수세식화장실을 설치하는 등의 개조과정을 거친 집들이다. 하지만 이러한 구옥 집들은 단열성능의 개선이 어렵고 완전히 달라진 생활문화와 그에 따른 공간적 요구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아서 특히 고유가 시대에 가난한 농촌에서는 가장 심각한 고민거리이다. 어려운 노인들은 전기장판 하나로 추운겨울밤을 건너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농촌에 농업인들이 새로이 짓는 집들은 대부분 샌드위치 패널조에 비닐사이딩을 붙이는 집들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집들은 단열이 비교적 잘되면서 값이 싸다는 점에서 선호된다. 좀더 돈을 들이는 집에서는 그 바깥에 목재사이딩을 붙이거나 치장벽돌쌓기를 하기도 한다. 여유가 있는 집들은 콘크리트 벽에 붉은 벽돌치장쌓기를 하기도 하고 요즘 황토가 좋다고 하니까 황토벽돌로 벽을 쌓기도 한다. 이런 집들에는 으레 한옥식 지붕이 얹혀진다.

또 다른 쪽에서는 서양식 목조주택들이 들어서고 있다. 지붕각이 훨씬 급하고 뾰쪽한 지붕마루를 전면에서만 여러 개 장식하기도 하며 테라스를 두고 목제 난간을 두며, 창문에는 격자 창살을 넣은 모양들이다. 지자체마다 경쟁적으로 표준농촌경관주택을 전시하고 있지만 그에 따라 지어지고 있지도 않으며 농촌주택이라고 보기 어려운 참 근사한 소위 펜션형의 주택들뿐이다.

농촌에는 이렇듯 많은 집들이 지어지고 있지만 건축가인 내가 살고 싶은 집들을 만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내 눈이 높아서가 아니다. 농촌사람들이 짓는 집들의 평면들은 도시의 아파트평면과 다르지 않으며, 전원주택은 전원과 테라스의 로맨티시즘 농촌적 삶을 무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러한 집들은 웰빙과 에너지절약이라는 이시대의 화두에는 민감하게 고민하지만 폭우가 퍼붓고 장마가 길고 모기가 습격해오는 습기 많은 여름 내내 창문하나 열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2. 농촌에서의 집이라는 것

이렇듯 농촌에 지어지는 많은 집들에서 계량적 성능에 가려서 간과되고 있는 것들을 보면 크게 두 가지 쯤 되는데 그 중에 으뜸이 농촌적 삶에 대한 이해의 부족이라고 할 수 있다.

도시주택이 내부지향적이고 완결된 평면구조를 가진다면, 농촌주택은 외부와의 소통이 더 중요하고 비완결형의 증축 가능한 주택이라는 볼 수 있다. 농촌주택은 (전원주택조차도) 주거시설과 농업생산 또는 외부 작업과 관련된 시설이 결합될 수밖에 없어서 주거부분과 생산부분의 기능적인 연결과 그 편리함이 우선하며, 무엇보다도 피곤한 일상으로부터의 안식처의 개념이 강한 도시주택과는 달리 외부와 연결된 일상생활을 지속적으로 영위해야 하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중요하다. 그러한 면에서 내부보다는 외부와의 관계가 더 중요한데, 여기서의 외부와의 관계는 전원주택의 테라스에 숨겨진 내부에서 외부를 바라보고 즐기는 시각적인 것이 아니라, 들락거리고 걸터앉고 나물을 다듬는 촉각적인 관계인 것이다.


<04>툇마루가 있는 집(전남 영광 효동, 이상구, 2005)
<05>테라스가 있는 집(2005 농촌경관주택 공모전 응모작):전통민가의 툇마루는 누군가 걸터앉도록 불러들이는 외부적 공간인 반면 테라스는 접근을 거부하고 내다보는  내부적 공간이다.


또한 작업을 나가고 돌아오는 행위, 이와 관련된 씻기, 그리고 여름철의 통풍이나 장마철의 환기, 그리고 공동체와 관련된 행사나 야외 취사나 농산물 가공 및 건조, 야외용품의 적치 그리고 옥외화장실 등 매우 다양한 요구가 발생하는데, 이러한 요구들은 한 번에 정해지는 것도 아니므로 불가피하게 농촌의 집들은 느슨함을 요구받는다. 이러한 느슨함은 그 사용자에 있어서도 고려하여야 한다. 평시주거용도 이외에 주말이나 명절 때의 외지거주 가족의 방문에 대비해야하는 경우가 많아서 실제 소요면적 보다도 집이 커지는 경우가 많다.

농촌주택의 또 다른 특성으로 풍토성을 들 수 있겠다. 강제적인 냉난방과 환기, 그리고 여러 가지 외부로부터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똘똘 뭉쳐져야만 하는 도시주택과는 달리 농촌생활의 즐거움은 대충 외부와 하나가 되는 특성에 있는데 사방이 막혀있는 도시에서와는 달리 비바람은 처마 속까지 파고든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자동차 매연에 찌든 공기를 차단하기 위해서 아파트 발코니 창은 늘 닫혀 있어야하지만 농촌의 창은 항상 열 수 있어야 한다. 한 밤중에라도 비가 올 것인지를 판단해야하고 비가 올 때에도 밖에 나갈 수 있어야 한다. 그러한 면에서 전통적인 모양새를 닮은 집이나 서양식으로 지어진 언덕위의 하얀 집이나 요즘 지어지고 있는 집들은 참 우리 농촌에 맞지 않다.

요즘 유행하는 황토흙벽돌 집을 보자. 예전에는 처마가 기껏해야 여덟자 정도였지만 요즘에는 집이 높아져서 두 세자가 올라가 버렸는데도 요즘 그런 집들을 보면 처마가 너무나 짧다. 처마가 짧으니 창문 위까지 비가 들이치고 벽이 다 젖게 되는데, 황토라는 게 건강에 좋다고 하지만 이쯤 되면 비바람에 너무 많이 노출되어 본드로 떡칠을 하지 않고서는 방수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고, 그렇다면 친건강, 친환경 재료도 아니다. 서양식 목조도 마찬가지다. 우리처럼 폭우가 많지 않은 서양의 집들의 처마는 심지어 한 뼘에 불과하고 짧을수록 집모양이 이쁘다. 하지만 우리 기후에는 맞지 않는다. 우리네 풍토에서는 못자국을 타고서도 빗물이 뚝뚝 떨어진다.

이런 게 현실이지만 농촌사람들은 농촌사람들 대로 도시의 아파트평면을 꿈처럼 생각하고, 도시사람들은 여행지에서 본 유럽의 주택에서 농촌의 전원을 바라보는 꿈만을 꾼다. 편한 옷이 되기보다는 남들에게 보일 화려함과 평수만을 생각하는 것이 현실이다. 농촌의 집은 든든하고 따뜻하고 바깥세상에 열려 짓는 게 제일 중요한데 말이다.



3. 농촌에서 집짓기
이러한 농촌이라는 공간적 특성과 우리네 기후에 맞는 집을 짓기 위해서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일은 뜻밖에도 ‘어떻게 하면 집을 작게 지을 것인가’ 하는 것이다. 농촌에서는 도시에서 보다 토지규모적 제약이 덜하기 때문에 규모에 대한 스트레스가 비교적 없어서 25평으로 시작한 집이 40평이 되는 경우도 많아서 보통 30에서 40평 정도의 주택이 지어지는 반면 실제로 쓰여지는 공간은 극히 제한적이고 한 겨울 기름값을 대다보면 후회가 되기 시작한다.  

이를 위해서는 평시주거용 핵심시설과 서비스-생산-게스트 존을 분리하여 핵심시설을 컴팩트하게 집중적으로 설계하고 나머지 시설은 형편에 맞게 배치하고 계획하는 융통성을 가질 필요가 있다.

집의 핵심공간을 콤팩트하게 설계하는 일은 단열비용과 에너지비용을 최소화하는 데에도 중요한 요점이다. 집의 공사시에 단열과 관련된 직접공사비는 얼마 되지 않지만 단열을 포기하면 절감되는 이점이 매우 많기 때문인데 단열라인을 핵심시설 위주로 설계하고 사용빈도가 낮은 게스트존의 경우에는 비용을 고려하여 과감하게 단열을 포기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평면형식과 관련하여 전통적인 주택에서 중남부 지역의 살림집들은 대부분 一자나 ㄱ자 홑집의 형식이었는데 이는 농촌적 생활에서 매우 유용한 형식이었다. 홑집형식은 겨울의 난방에는 불리하지만 통풍 등에 유리하기 때문에 집에 사는 이와 집 자체의 건강에는 정말 좋은 방식이다. 하지만 강원산간지역이나 북부지방에서는 현대적인 주택들과 유사한 겹집이 주종을 이룬다. 겹집의 구조는 그 만큼 보온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신리의 너와집들은 대부분 아파트 평면과 비슷한 3겹집 또는 가로 세로 3x3겹집이다.
그러한 세겹집의 형식도 동선의 처리는 집의 한복판에 들어와서 신발을 벗는 방식이라는 점이 아파트와는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즉 뒤쪽에 핵심 주거시설이 있고 앞쪽에 외양간과 부엌이 있는 방식을 택하고 있어서 따지고 보면 ㅁ 자 집을 더 웅크린 모양이라고도 할 수 있어서 사실상 현대의 겹집과는 전혀 다른 구조인 것이다. 이러한 평면적 특성은 부지가 대부분 경사지에 위치하고 있는 특성과 추운겨울에도 여물을 주는 등의 행위를 해야 하는 것과도 관계가 있을 것이다. 태백의 탄광지역에서 조사된 경사지 주택들도  一자집을 낮은 쪽에서 증축하여 겹집화 해갔음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 때도 증축된 공간은 대부분 신발을 신는 반외부공간으로 쓰여진다. 기후적인 문제에도 불구하고 외부와의 관계가 더 중요하다는 증거이다.

외피면적이 적고 내부공간이 기능적이라는 이점에도 불구하고 겹집은 채광과 환기가 나쁘고 외부와의 접촉이 제한되며 북쪽에 있는 실들은 일조가 나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침실 수가 2개를 넘어가면 겹집이나 ㄱ자집이나 H자 집이 불가피하다. 이러한 평면형식은 집이 외부공간을 끌어 안는 모양을 가진다는 점에서 외부와의 관계가 적극적인 장점이 있다. 집의 규모가 커지는 경우의 방법으로 채나눔 방식이 유용한데, 신을 벗고 신기 불편하다는 이유로 요즘에는 잘 채택되지 않는지만, 본건물을 콤팩트하게 처리하고 게스트존은 창고를 개조하는 등의 방식으로 기존시설을 활용한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 밖에도 농촌주택에서 문제가 되는 것이 남향진입에 대한 선호이다. 실제 설계시 현관의 처리와 방풍이 문제가 되는데 현관이 남쪽에 있을 경우에는 거실의 효율성이 떨어져서 측면진입이나 북향진입에 비하여 한 두 평정도의 손실을 감수해야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남향집에서 남향진입이 불가피할 경우에는 측면 코너로 현관을 배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10>핵심공간과 부대건물로 이루어진 전형적인 농촌 가옥: 一자집에서 출발하여 한쪽은 경사지붕을 계속 이어서 달아내는 방식으로 또 한쪽은 별채의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강원 인제 용대리, 이상구, 2004)


<11>농촌독거노인을 위한 주택설계안 E-14 평면: 一자형의 완결형 평면으로 남측 진입을 피하고 코너진입을 택했으며 에너지절약과 공사비절감을 위하여 요철을 최소화하고 지붕도 편경사로 하였으며, 방문객을 위한 여윳방을 두었다. 자원봉사시스템에 의한 건축을 고려하여 목조로 설계(14.22평, 엑토건축 2004)
<12>위 주택 외관: 학생들과의 자원봉사프로그램으로 지어졌다.(강원 인제 용대리, 2005인제 농촌독거노인집짓기팀)
><13>위 주택 내부: 지붕트러스 부재를 노출하고 좁은 공간인 만큼 내부에서의 시각적 확장을 위하여 안방과 거실사이에도 유리를 채택하였다.


우리의 전통주거에서는 서까래를 노출하는 천정처리방식이 매우 운치가 있는데, 현대에 와서는 아파트의 영향도 있고 해서 단면적으로 평천정이 보편적이다. 하지만 좋은 집의 매력은 그 단면에 있다. 내부공간이 필요에 따라 또는, 공간적 필요에 부합되게 지붕설계를 하고 지붕경사천정면을 노출함으로써 내부공간을 매우 풍부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지붕의 계획은 외관상의 모양의 문제를 넘어서 내부공간과 밀접하게 되어야 한다.

지붕에서 그 형식과 각도도 외관을 크게 좌우하지만 지붕의 두께감도 매우 중요해서 샌드위치패널 지붕이나 콘크리트 스래브 노출 지붕과 같이 그 두께가 십 센티미터 남짓인 경우에는 집이 매우 가벼워 보인다.(이것은 경쾌함과 다른 것이다) 이러한 경우에는 마구리 후렛싱이나 처마천정으로 그 두께 감을 조절해주어야 한다.

기능적으로 처마는 길수록 좋지만 샌드위치패널지붕과 같이 구조적인 이유에 의해서, 또는 그 길이가 1미터를 넘으면 면적에 산입된다는 법적인 이유에서, 또는 래프터 부재의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또는 서양식 목조의 특성 때문에, 요즘에 지어지는 집들은 처마가 지나치게 짧다. 처마가 짧으면 비가 올 때에 치명적이다. 무분별하게 서구식 목조를 선망하는 경우에, 그 중에서도 지붕경사가 급한 경우에는 처마가 짧을 수밖에 없어서 우리 기후에는 맞지 않는다.

그러한 문제를 창문을 통해 조절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요즘에는 주로 제 몸의 눈을 위해서만 쓰지만 창문이란 원래 바람과 빛이 드나드는 것이라는 점을 생각해볼 일이다. 창이란 벽이라고 하는, 원래 하나였던 내부와 외부라는 공간을 갈라놓는 사물의 자식으로서, 헤어진 외부와 내부를 다시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고 또 그래야 한다. 창을 크게 내면 전망이 좋을 것 같지만 누군가 들여다 볼 것 같아서 열지 못하는 법이고 호기심은 뜨내기의 몫이고 제집에 오래 살다보면 앉아서 소리만 듣고 냄새만 맡아도 될 일을 도시사람들은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 해서 무조건 창을 크게 내고 보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창문이라고 하는, 내부와 외부, 나와 농촌을 이어줄 중재자를 생각할 때는 눈을 딱 감아야 한다. 즉 시각적이기 보다는 촉각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바람과 빛은 눈을 감아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기능적으로는 미서기창이 유용하지만 미서기창은 옆으로 길어서 참으로 집의 모양에 도움이 안 되며, 지붕의 하중을 기초에 전달하는 데에도 매우 불리하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작게 내는 것이 좋다. 반면에 도시에서 선호되는 밀거나 당겨서 여는 창들은 방충망을 설치하는 데에 불리하기 때문에 피하는 곳이 좋다. 작은 창에서 환기와 채광과 내다봄을 해결해야 할 경우에는 오르내리창이 좋다.

집이란 근사한 전망과 그것을 내다보는 테라스에 의해 지탱되는 것도, 세계여행에서 사들인 기념품을 전시하는 곳도 아니다. 이렇듯 우리네 일상생활처럼 시시콜콜한 것들의 집합이며 그들에 의해 지탱된다. 집은 사람들 손에 의해 만들어지지만 일단 우리가 그곳에 살기 시작하면 비가 새거나 곰팡이 냄새가 나거나 변기물이 안내려가는 등의 사건들로 해서 짜증나게 하기도 하고, 쪽창에 어김없이 들어오는 오후 녘의 햇살 한줄기나 창을 열어놓고 듣는 빗소리와 같은 사소한 것들로 우리를 행복하게 하기도 한다.

집이 집일뿐이다. 농촌에서는 더욱 그렇다. 끝




<20>지붕구조의 노출과 경사천정: 목조의 경우 지붕구조를 노출하고 경사천정으로 처리하는 일은 공간에 즐거움을 더해준다.(철암7호집 내부, 주대관, 2003)
<21>창과 조망: 집을 짓는 과정에서 보이는 외부는 지어진 다음보다 아름답다. 보이는 오프닝이 미서기창으로 갈라질 것이기 때문이다.(철암10호집 공사중 사진, 주대관, 2004)
<22>벽과 공간: 집을 짓는 일은 원래 아무 것도 없던 곳, 원래 하나이던 공간을 차별화 하는 일이다. 우리가 벽을 세우는 순간, 그 이전에는 자유롭던 바람과 햇빛과 새들이 그 곳을 지나지 못한다.(충남 금산 지방, 하비람살림마을, 설계: 주대관+엑토건축, 주대관, 2004) : 이를 위하여, 환기를 고려하고 외부로 출입해야하는 곳에 설치하는 열리는 창과, 채광과 내다보기만을 위한 창을 구분하여 설치하는 것이 좋다. 이렇게 하면 미서기와 고정창이 복합된 부위에서 이중창을 모두 만들어야 하는 비용적 문제도 절감이 되기도 한다. 또한 처마가 짧은 곳에 고정창을 배치하고 열리는 창은 안으로 물러서 설치하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창을 맘껏 열 수 있다. 고정창은 커다란 전망창보다는 집의 구석구석을 살려주고 내다 볼 수 있는 쪽창이 좋다.

 

 

 

출처 : 오래된 미래마을
글쓴이 : 정풀홀氏 원글보기
메모 :

'강의자료 > 내집짓기방법'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현대적 귀농주택  (0) 2009.09.08
전원주택 사례  (0) 2008.11.03
[스크랩] 임야개발 기초  (0) 2008.09.17
[스크랩] 한옥주택 도면 (50평형)  (0) 2008.09.17
[스크랩] 한옥 배치도  (0) 2008.09.17